부끄럽다고요? 많을수록 선진국 인증
미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은 지난 7월 늑장리콜을 한 피아트 크라이슬러에게 사상 최고액인 1억 50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해 7월까지 미국에선 3100만 대를 리콜했다.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리콜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기록한 리콜은 87만 대. 5년 전에 비해 5.5배나 늘어났다. 리콜된 차종은 국산차 35개 차종 73만 4000대, 수입차 397종 13만 6000대로 모두 432종이었다.
이처럼 리콜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어백 결함과 각종 전자제어장치 해킹, 환기시스템 화재 위험 등과 같은 안전 관련 요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같은 부품을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해 그 부품에서 결함이 생기면 여러 차종이 한꺼번에 리콜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타카타 에어백’ 결함이 이런 경우다. 이 결함으로 10여 개 브랜드 3200만 대가 리콜됐다.
앞으로 리콜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회로부터 안전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들은 미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S)은 지난 7월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리콜을 제때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상 최고액인 1억 5000만 달러(약 12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우리나라 국토부도 리콜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제작 결함을 발견하고도 리콜을 미루면 벌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직 벌금을 물린 적은 없지만….
자동차 리콜은 크게 두 가지 절차가 있다. 자발적인 리콜과 강제적인 리콜이다. 미국의 경우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업체 스스로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가 이뤄진다. 미국에 있는 자동차 업체가 특별히 양심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자발적 리콜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크라이슬러처럼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동차 업체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90% 정도가 정부의 권고로 이뤄진다. 10% 정도만이 자발적 리콜이다. 그것도 수입차의 해외 리콜 보고 의무화 제도 시행 이후에 조금 나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늑장 리콜을 처벌할 방법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늑장 리콜인지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만약 입증된다면 국토부 장관이 판매 중단을 내릴 수 있고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차만 특별히 리콜이 필요 없는 완벽한 차일 리는 없다. 그런데 자발적 리콜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이지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때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어렵게 리콜이 결정되더라도 리콜 시정률이 낮다. ‘고쳐야 안전한 차’로 정부가 고시했는데 차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95%의 시정률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시정률은 78%로 떨어졌다. 이를 환산해 보면 리콜 대상이지만 고치지 않고 있는 차량이 38만 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왜 리콜 시정률이 낮은 것일까. 우선 소비자들이 시간이 없다거나 귀찮아서 혹은 사소한 결함이라고 자체 판단해서 차를 고치지 않는 경우다. 이를테면 에어백이 결함이라는데 ‘사고 안 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국민 개개인의 양심과 판단으로 돌리면 국가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국가는 ‘강제’로 할 수 있는 ‘법’이 있지 않은가.
현재 리콜 차량이 결정되면 우편으로 소비자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스마트 시대다. 우편 통보 말고도 더 많은 방법이 많다. 문자도 있고 전화도 있다. 더구나 자동차 결함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이 센터는 소비자가 차량을 등록하면 문자를 보내준단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사면 취득세 등록세를 내고 등록을 한다. 이 자료는 왜 잠을 자야 하는가. 그리고 모든 차가 드는 자동차보험도 있다. 또 정기검사도 있다. 여기서 리콜 차량인데 시정되지 않은 차량은 불합격시키면 된다. 소비자에게 과태료를 매기지 말고 제조사와 판매자에게 징벌적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어떨까. 국가라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