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하현국)는 지난 2월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등 마약을 10여 차례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 아무개 씨(38)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또한 재판부는 이 씨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와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이 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남구 클럽과 강원 홍천군 리조트 등에서 수차례 마약을 매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구속기소됐다. 이 기간 동안 이 씨가 손댄 마약은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스파이스, 대마초 등 5종류에 이르며, 투약한 횟수는 15차례에 달했다.
대법원의 정한 최종 형량 범위는 4년~9년 6월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씨에게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전과가 없다. 또한 나이, 가족관계, 동기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볼 때 피고인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며 “양형기준의 하한을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검찰과 이 씨 모두 선고 후 일주일 후까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2월 14일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의 자체적인 항소 기준에 비춰 반드시 항소해야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봤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씨가 여권 핵심 인사의 사위라는 것이다. 이 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직업을 ‘건물 관리업자’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의 기소 단계부터 이미 ‘봐주기식’ 재판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씨가 전과가 없긴 하지만 2년 6개월에 걸쳐 15차례나 마약을 투약했음에도, 검찰은 ‘상습성’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마약 범죄에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검은 “이전에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단순 매수·투약의 경우, 상습범으로 기소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이 씨가 여권 핵심인사의 사위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이 씨의 가족관계나 특정인과의 관계는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