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서울보다 쩐 좋은 지방으로 나가요~
▲ 연예인들에게 밤업소 출연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데다 대부분 무자료 거래여서 꽤나 매력적인 수입원 중 하나다. | ||
‘이미지 훼손’과 ‘금전적 이익’. 말 그대로 양날의 칼이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성인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 등의 밤업소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일선 매니저들은 연예인들이 밤업소에 출연하기 시작하면 ‘맛이 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이미지 훼손 하나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밤업소의 특성상 늦은 밤에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일이 많은데다 지방 업소 일도 잦아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접근하면 밤무대에 활동하는 연예인은 이미지 훼손보다 금전적 이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까닭에 밤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방송 활동이 다소 주춤해진 이들이다. 가수들 가운데는 ‘7080 가수’로 분류되는 이들이 요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밤업소 홍보 포스터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가수들은 R.ef, 박남정 심신 소찬휘 유미리 김범룡 강수지 캔 DJ DO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보통 밤업소와 30일 계약을 하는데 한 달 동안 매일 출연하는 것은 아니고 서너 달 정도 기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30개의 도장을 받는 방법으로 출연한다. ‘7080 가수’로 분류되는 이들은 보통 30일 계약에 1000만 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다.
밤업소에 나가는 연예인의 출연료 체계는 대략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우선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유명세가 떨어지는 무명 성인가요 가수들의 경우 30일 계약에 100만 ~200만여 원을 받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7080 가수들은 30일 계약에 1000만 원 안팎을 받는데 요즘 한창 활동하는 A급 스타들의 경우 회당 2000만 원으로 출연료가 치솟는다.
A급 스타들의 경우 업소가 새로 오픈하는 등 이벤트가 있을 때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발 계약을 맺는다. A급 스타들은 밤업소 출연을 꺼려 섭외가 어려운데다 출연료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담동의 한 나이트클럽 연예부장은 “가끔 코요테 엄정화 김건모 은지원 등 인기 스타들을 밤업소에서 만날 수 있는데 모두 이벤트 성이라 결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장윤정을 필두로 한 박현빈 박상철 춘자 한혜진 조항조 등의 인기 성인가요 가수들도 밤무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A급 스타로 분류되고 있으나 희소성이 낮은 편이라 회당 500만~1000만 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윤정은 회당 1000만 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장윤정으로 인해 성인가요 가수들의 출연료가 전체적으로 상승했을 만큼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또한 방송에서 한창 활동하는 인기 개그맨들도 밤업소에 자주 출연하고 중견 배우들도 종종 등장한다.
이처럼 고수익이 보장되는 데다 대부분 무자료 거래라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부분도 연예인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지난해 국세청이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한 뒤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런 이유로 요즘에는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는 곳도 많아지는 추세다.
다만 나날이 밤업소의 연예인 출연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 더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차라리 댄스경연대회 등의 이벤트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신사동의 한 나이트클럽 연예부장은 “서울은 어디서나 손쉽게 연예인을 볼 수 있어 연예인에 대한 희귀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반면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없는 지방 밤무대는 여전히 연예인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얘기한다.
▲ 장윤정(왼쪽), 소찬휘. | ||
문제는 서울이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밤업소 입장에선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이벤트가 절실한데 연예인 출연이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울 소재의 소위 잘나가는 밤업소들은 희소성 있는 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권상우 등 톱스타로 분류되는 이들은 밤업소에 출연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만큼 희소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CF 한 편이면 수억 원을 버는 이들이 금전적 이유로 밤업소에 출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는 대신 팬 사인회 같은 이벤트를 여는 형식으로 섭외를 추진하는데 얼마 전에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권상우의 팬 사인회를 기획했지만 권상우 측이 끝내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섭외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흔치는 않지만 섭외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밤업소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톱스타급 가수가 한 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소년소녀가장 돕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밤업소 무대에 선 것인데 이는 허울일 뿐 출연료는 다 받아 갔다고 한다. 종종 의외의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왔던 연예인이 흥에 취해 자진해서 무대 위에 오른 것. 업소 입장에선 이를 미리 알고 홍보할 수 없는 만큼 손님 끌기와는 무관해 별도의 출연료는 주지 않고 술값을 받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이런 연예인의 밤업소 출연은 소속사 매니저가 아닌 전문적인 업소 매니저들을 통해 이뤄진다. 방송에서 좀 인기를 얻는다 싶으면 여지없이 이들이 접근해 온다고. 이들은 업소 측과 연예인 사이에서 일정과 출연료를 조정해주는 게 주된 일인데 종종 밤업소 출연과 관련해 조직폭력배가 개입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