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껄떡댄 학장도 있더라
김 아무개 실장이 있는 기획사는 해당 학교의 음향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 기획사의 요청으로 가수들을 연결시켜주다 보면 미처 확인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록그룹 크라잉넛을 섭외했던 지방대 공연이 그랬다. 베이스, 드럼 등 악기가 있어 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줄 음향기기가 어느 가수보다 중요한 크라잉넛이었음에도 도착한 학교 공연장에는 그 흔한 앰프조차 없었던 것. 적잖이 당황했을 크라잉넛은 학교 동아리 등에서 음향기기를 급조해 공연을 치렀다. 김 씨는 “까칠한 가수들 같으면 공연하지 않고 올라왔을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크라잉넛은 성심 성의껏 노래하고 여느 때처럼 잘 놀아주고 왔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유명 가수 E는 초청받은 학교의 음향이 너무 안 좋다면서 자기 목이 아프다고 마이크를 던지고 내려온 적도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하는 때도 있다. 모 대학 축제에 공연을 하러 갔던 여가수 F는 대학 학장과 만나게 됐다.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었던 학장이 차 한 잔 하자고 권했던 것. 별 생각 없이 차를 마시러 갔던 F는 사심이 가득 담긴 학장의 성희롱 발언에 격분해 차도 마시지 않고 나와 버렸다고 한다.
당시 그 학교에 F를 섭외해줬던 기획사 관계자 이 아무개 씨는 “다행히 우리와 계약한 내용 때문에 공연은 마칠 수 있었다”며 “학장이 인간이 덜 된 건지 문제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수들의 컨디션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도 있다. 이때는 그 가수의 됨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다. 지방대 공연에 갔던 여가수 G는 힙합과 발라드로 사랑받는 스타다. 그런데 잔뜩 기대하고 있던 학생들을 실망시킨 건 다름 아닌 감기였다. G는 “감기가 걸렸다”며 TV에서 보여주던 열정적 무대 매너를 감춘 채 계약된 3곡만 건성건성 부르고 가버렸다고. 관행상 계약한 곡수에 앵콜곡 등 추가곡을 부르는 것이 보통인데 G는 계약된 곡마저도 불성실한 태도로 불러대 열띤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와는 반대로 가수 휘성은 데뷔곡인 ‘안되나요’ 를 만들어준 작곡가의 모교에 찾아가 10곡 이상 노래를 불렀던 의리파로 소문났다. 3년 연속 이 학교 축제에 꼬박꼬박 참여했다는 휘성은 감기에 걸렸다며 쉰 목소리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7곡을 소화해 큰 환호를 받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