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민초의 왕으로 귀환
“연기요? 제게 있어 연기는 ‘심장’이에요. 촬영현장에서 인간 이준기보다 더 강력하고 더 무서운 놈으로 변하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또 매번 새로운 것을 꿈꾸는 뜨거운 무언가를 만들어 주기도 하구요.”
‘여전히 예쁘단 소리를 듣는다’는 말에 “매번 하시는 질문”이라며 웃던 이준기는 연기에 대한 내용에는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심장이 없으면 살 수 없듯 지난해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바쁘게 관객을 찾았던 이준기는 또다시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이번에는 <왕의 남자> 이후 오랜만의 사극이다. “다양한 작품 경험을 바탕으로 이준기라는 배우 브랜드를 만들어가겠다”는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사극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개인적으로는 현대물의 액션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극은 큰 동선이 요구되면서도 다양한 선을 표현해야 하는 점이 달라서 기존과 다른 부분을 연마해야 했어요. 승마는 기본이고 검무 봉술 등의 준비에 힘을 쏟으며 체력을 길렀죠. 연기도 달라요. 현대물이 다양한 표현의 구사가 가능하다면 사극은 오히려 표현을 자제하지 못할 경우에 연기가 붕 뜰 수 있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과 역사, 기존의 연기 방식들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일에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이준기지만 그의 미니홈피는 발랄함으로 가득하다. 장난스러운 이준기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과 거침없는 그의 글들은 여느 스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비주의 톱스타의 시대는 지났다”는 이준기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통해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드리고 싶고 제 자신도 이미 그것을 즐기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인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임을 알기에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SBS드라마 <일지매>의 한 장면. | ||
“꼬마부터 노인분들까지 다 알아봐 주시더라구요. 식당에 갔을 때 서비스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고, 간혹 촬영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제 사인이나 사진 몇 장에 수월하게 일이 풀릴 때면 국내에서도 해외에서처럼 VIP가 된 것 같아요.”
그만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개와 늑대의 시간>에 이어 <일지매>에서도 남성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이준기가 목 놓아 울었던 적이 있다. 할머니의 임종 때였다.
“부모님 아래서 자란 시간보다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어요. 20대를 맞이하던 해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입관식 때 생애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었죠.”
2008년 ‘일지매’는 이준기 혼자가 아니다. 이준기가 출연하는 SBS <일지매>의 뒤를 이어 가수 이승기가 MBC를 통해 또 다른 ‘일지매’로 분할 예정이라 대결구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준기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그다지 큰 부담감은 없다”며 “같은 일지매가 아닌 전혀 다른 두 영웅이 탄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시청률이 25%는 나왔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10년 뒤에 시청해도 유치하다거나 부끄러운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하는 이준기에게서 작품을 대하는 진지함과 당당함이 묻어났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