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성문’ 제대로 열어줄까 시끌 벅적
여성 성욕저하 장애 치료제 ‘애디(사진)’가 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가운데 효능과 부작용에 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1998년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출시된 지 17년 만에 그 ‘짝’이 태어났다. 지난 8월 1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 성욕저하 장애 치료제 ‘애디’의 판매를 승인했다. 분홍색이라 ‘핑크색 비아그라’로도 불리는 애디는 성욕 감퇴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에겐 분명 희소식이다.
사실 여성용 성기능 장애 치료제 개발 수준은 남성용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성의 성욕 감퇴는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이 아닌 개인의 고민거리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제품 연구 및 개발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성욕 감퇴로 고민하는 여성들은 의외로 많다.
애디를 개발한 스프라우트(Sprout)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 여성의 약 3분의 1이 저활성 성욕 감퇴 장애(HSDD: 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를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한 각종 치료제 시장 규모만 연간 20억 달러에 이른다. FDA의 정의에 따르면 HSDD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고민으로 인해 성욕이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신체적 문제 및 질환, 다른 약물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성욕이 저하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한국 여성의 35%도 HSDD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디가 어떤 방법으로 HSDD를 겪는 여성들을 돕는 것일까. 애디는 남성의 성기 주변에 혈액의 흐름을 증강시켜 성기능 개선을 돕는 비아그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감정조절과 상황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쳐 성기능 관련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 충동자극 호르몬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늘리는 대신 성욕을 감퇴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는 줄이는 식이다.
하지만 애디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남성용 비아그라는 성관계 전 간단히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애디의 복용법은 까다롭다. 최소한 2개월 이상 1일 1회 꾸준히 복용해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이 기간 중에는 음주와 항진균제 및 피임제 복용도 금해야 한다. 메스꺼움과 졸음, 현기증 유발 등 부작용 외에도 애디가 알코올과 결합할 경우 저혈압과 기절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FDA도 이 같은 부작용의 위험성을 고려해 두 차례나 시판을 불허한 바 있다.
‘애디 반대론자’들 역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며 시판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효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스프라우트는 애디를 복용한 여성의 성욕이 37% 증가했으며, 한 달 성적 만족 횟수도 평균 2.7회에서 복용 후 4.7회로 증가했다고 FDA에 보고했다. 하지만 애디는 비아그라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변화가 아닌 개인의 기분에 따라 효능을 검증할 수밖에 없어 의학적 효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에 눈이 먼 제약사들이 남성과 여성의 섹스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약을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본래 여성은 주변 분위기나 상대 남성에게 느끼는 감정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약물로 성욕을 조절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남성은 혈류 증가에 따른 강제적인 성욕 강화가 가능하지만 여성은 약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애디 반대론자들은 “여성의 성욕은 남성의 발기 부전과 달리 단순히 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것으로 이를 약으로 해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하면서 “여성단체와 제약회사의 로비에 FDA가 굴복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 스프라우트는 두 번이나 애디의 시판 승인이 거절되자 여성운동단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성욕 감퇴 장애를 겪는 여성의 이야기를 홍보하는 ‘장외전’을 벌인 끝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
당시 애디를 옹호하는 미국의 여성단체들은 “비아그라가 개발 2년 만인 1998년 단번에 FDA 승인을 받은 반면 애디가 계속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여성의 성욕에는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성차별적 발상”이라며 FDA를 압박했다. 이처럼 여성의 성 평등권을 화두로 내세워 결국 시판 허가를 받아내자 이들 단체는 “성기능 장애 치료 문제에서 남성에게만 허용됐던 선택권이 여성에게도 비로소 허용됐다”며 환영했다.
이처럼 애디 출시를 놓고 전 세계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탓에 아직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동료 의사들이나 제약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애디 얘기가 꼭 나오긴 한다. 하지만 누구도 성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애디 출시를 계기로 여성용 성기능 촉진제 시장은 한 단계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출시 전부터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여성의 성에 대한 빗장이 또 하나 풀린 셈”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