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선전했지만 9부 능선 못 넘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대표는 영도 출마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는다)”이라고 말했고, 문 대표는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총선은 물론, 영도 대전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두 대표로선 선뜻 나서기 힘든 카드다.
그렇다면 영도 대전이 성사될 경우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본지가 최근 4번의 총선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야당 강세가 지표로 확인됐다. 하지만 4번 모두 여권 후보가 당선됐다. 즉, 영도 민심은 ‘야당 후보가 선전하지만, 9부 능선은 넘지 못했다’로 요약된다.
실제 16대 총선(2000년 4·13)에서는 김형오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53.40%로, 김정길 새천년민주당 후보(29.10%)를 24.30%포인트 차로 앞섰다. 표 차이는 2만 1166표였다. 탄핵 열풍이 분 17대 총선(2004년 4·15)에서는 김형오 후보가 48.40%, 김정길 후보는 45.20%였다. 김형오 후보의 2540표 차 신승이었다.
18대 총선(2008년 4·9)에서는 김형오 후보가 43.50%로, 친박 무소속 연대로 나선 김용원 후보(41.70%)에게 진땀을 흘렸다. 두 후보의 표 격차는 968표에 불과했다. 19대 총선(2012년 4·11)에서는 이재균 새누리당 후보 43.80%,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는 37.60%를 각각 기록했다. 3879표 차로 여권 후보가 이긴 것이다.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질 경우 여권 후보가 앞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메가톤급 이슈 부상(탄핵) ▲여권 분열(친박연대) ▲야권 단일화 등 변수가 부상했던 과거 사례를 떠올려본다면, 판세는 안개 속으로 흐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2년 대선 당시 영도 민심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58.86%,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40.84%였다. 2013년 4월 부산 영도재보선은 ‘김무성 65.7% vs 김비오 22.3%’였다. 부산 사상 표심은 대선 때 ‘박근혜 55.81% vs 문재인 43.89%’, 19대 총선 때는 ‘손수조43.75% vs 문재인 55.04%’였다. 인물 구도와 이슈 파이팅이 승부를 가른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만일 이들의 빅매치가 현실화된다면, 패배하는 쪽이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 총선 국면에서 치고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권 내부에선 문 대표가 야권 사지로 통하는 부산 해운대구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여권 실세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문 대표와 맞장 승부에 불을 지피는 상황이지만,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평론가는 “본선 링(대선)에 오르기 전 정치생명을 걸 이유가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총선 룰 정국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쪽이 영도 카드로 국면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영도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