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추행·횡령·표절…‘오, 하나님 아버지!’
몇몇 대형 교회 목사들의 부끄러운 행보가 교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임준선·박은숙 기자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얼굴로 단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빼놓을 수 없다. 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교인 수 70만여 명의 ‘세계 최대의 단일 교회’로 일궈낸 유명 목사였지만, 현재 유죄 선고를 받은 신세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한 주식 거래로 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세금 35억 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조 목사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 목사가 사법부의 처벌을 받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타락한 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 목사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시점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가 만든 미디어 기업 ‘넥스트미디어 코퍼레이션’에 교회 재산 ‘600억 원’을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 해에 ‘17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헌금이 들어왔지만 재정 운용이 어떻게 되는지는 미스터리 투성이였다. 개혁을 원하는 장로 30여 명은 자금문제 개혁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조 목사는 해당 장로들을 출교 혹은 제명 조치시켰다. 그런데 당시 제기된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언론사 사정 바람이 불었을 때 의혹은 더욱 명백해졌다. 공정위 조사결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만든 <국민일보>가 지난 4년 동안 넥스트미디어에 모두 ‘98억 9400만 원’어치 부당지원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기로 조 목사 일가의 세금 포탈, 족벌경영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 와중에 조 목사는 은퇴시기를 번복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2006년 은퇴를 앞둔 조 목사였지만 은퇴를 연장했고, 결국 2008년 73세의 나이에 담임목사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은퇴를 하면서 퇴직금 ‘200억 원’을 챙기고, 주일 오후 예배 설교권만은 끝까지 내려놓지 않음으로써 현재까지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2013년 11월 14일, 교회바로세우기장로모임의 기자회견은 조 목사 비리를 ‘총 집합’했다는 시각이 높다. 당시 장로모임은 조 목사 일가의 재정 의혹 15개, 불륜 의혹 1개를 폭로했다. 또 이로 인한 교회의 피해액은 ‘5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목사가 불륜을 저지르고 ‘15억 원’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폭로는 교계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은 두 달 후인 2014년 1월, 조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고 결의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다.
조 목사는 결국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조 목사는 자신의 유죄판결에 대해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 때 아파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신자를 진주처럼 만들기 위해 고난을 주시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교계 안팎의 비판을 사고 있다. <거룩한 코미디>에서는 이러한 조 목사에 대해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근신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과오를 애써 변명하고 포장하려는 모습”이라며 꼬집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가 논란에 중심에 선 경우는 또 있다. <거룩한 코미디>에서는 한때 한국 교회의 자랑거리였던 ‘사랑의교회’를 예로 든다. 초대 고 옥한흠 목사의 지휘로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건강한 복음주의 교회로 성장한 사랑의교회는 후임인 오정현 목사 부임 이후 많은 논란을 겪었다. 시초는 2009년 ‘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건축한 초대형 새 예배당 때문이다. 건축 준비 과정에서 ‘호화 예배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어나면서 신도들은 반으로 갈라졌다.
교계 안팎에서는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건축 허가권자였던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은 2011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건축 허가 당시 전직 청와대 출신 인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군데에서 많은 요청이 있었다”고 시인해 파문을 자아냈다. <거룩한 코미디>는 “교계 안팎에서는 이제껏 건강한 가치를 지켜온 사랑의교회마저 대형화, 세속화에 무릎을 꿇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밝힌다.
이 와중에 2013년 오정현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터짐으로써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오 목사는 “논문에 대한 대필이나 표절 등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조사위원회는 7개월여 간의 조사 끝에 오 목사의 논문이 표절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오 목사는 6개월간 ‘자숙’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자숙보다는 사임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오 목사 역시 조용기 목사처럼 법정 싸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교회 내부의 개혁 단체는 2013년 7월 오 목사에 대한 배임, 횡령, 사문서 위조 등 11개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는 연간 ‘600억 원’에 달하는 사랑의교회 재정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윽고 법원에서는 재정내역을 공개하라며 판결했지만 사랑의교회는 끝까지 거부하다가 결국 법원의 강제 명령을 받아 빈축을 샀다.
이처럼 앞서 조용기 목사처럼 결국 ‘거대한 재정’ 때문에 곤욕을 겪은 오정현 목사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잡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올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7월 성명서를 통해 “사랑의교회의 경우 담임목사 한 사람에게 목회 활동비 사용에 대한 재량권이 너무 많이 부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거룩한 코미디>는 “앞으로도 사랑의교회에 대한 재정 의혹 제기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한다.
유명 목사의 잡음은 ‘돈’ 때문만은 아니다. 한때 교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던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는 가히 정점을 찍는다. 1993년 삼일교회에 부임한 후 17년 만에 80명이던 교인 수를 2만 명으로 늘리는 신화를 이룩한 전 목사는 2010년 여신도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나락으로 추락했다.
전 목사의 성추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룩한 코미디>에 요약된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전 목사는 선교지 방문 중 여신도의 바지 속에 손을 넣거나 가슴을 만지고, ‘가슴이 작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수차례 했다. 또 당회장실로 여신도를 불러 옷을 모두 벗고 삽입을 시도했으나, 여신도가 자신이 처녀임을 강조하자 피해자의 입안에 사정을 한다.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 온 여신도도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방문을 잠근 후 여신도에게 안아보라고 한다. 이후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며 ‘처졌네’라고 한다. 결혼 이후에 찾아오면 야한 체위를 가르쳐준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밖에 전 목사는 교회 곳곳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한다. 피해 여성과 상담을 진행한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종운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 만일 사건 직후에 고소, 고발이 있었다면 전 목사는 형사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전 목사는 2010년 12월 삼일교회 담임목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전 목사의 ‘전별금’으로 ‘13억 4500만 원’을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전 목사는 2012년 새 교회를 개척하면서 더욱 파문을 자아냈다. 사임 당시 ‘2년간 목회 금지’, ‘수도권 개척 금지’라는 구두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전 목사는 현재 홍대새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홍대새교회에서 한 전 목사의 설교는 현재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누구든지 털면 먼지 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처럼 ‘세습, 금권선거, 성추행, 횡령, 표절’ 정치권이나 재벌가의 대표적인 범죄 행위로 보일 법한 행위들이 교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거룩한 코미디>에서는 “말썽을 피우는 목사와 교회는 극히 일부일 뿐이므로 한국 교회 전체를 매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논란이 되는 그 소수의 인물, 단체는 사실상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며, 많은 교회가 그 영향력 아래 놓여 그들의 성공을 추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