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부랴부랴 응급조치?
남경필 경기지사가 판교 환풍구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2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가 벌써 1년이 됐다. 당시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발생된 사고였던 만큼 사고 책임을 두고 경기도와 성남시, 언론사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해외방문 중 일정을 중단하고 사고현장을 방문해 “자신의 탓”이라며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함께 피해자 지원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남 지사는 지난 7월 취임 1주년 기념식을 대신해 판교 환풍구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 가족들을 만나는 등 환기구에 대한 점검과 안전대책 강화를 재차 약속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건축물 부속 지상 노출 환기구는 3315개소이며, 안전점검 결과 시설개선이 필요한 환기구는 654개소로 이중 639개소를 조치 완료했다. 도는 남은 15개소(임시차단조치 완료)에 대해 올해 안에 시설개선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환기구 설계·시공·유지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해 11월부터 건축허가 시 적용 중이다. 올 7월에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환기구 설치기준을 법제화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찬열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수원갑)은 “국토부의 ‘판교 환기구 사건 이후 정부의 환기구 안전점검 실시현황’ 중 점검지시 이후 조치현황에 따르면 경기도의 미조치 환기구수는 111곳에 달했지만, 경기도가 제출한 자료에는 미조치 5건으로 나타났다”며 “경기도가 9월 30일이 제출기한이었던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자료와 10월 2일 의원실로 제출한 자료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기도가 벼락치기 점검을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인 점검은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장 점검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환기구 미조치 현황이 다른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환기구 미조치 111개소는 경기도가 2015년 8월 20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자료이며, 경기도에서 직접 국회에 제출한 15개소는 2015년 9월 30일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미조치 환기구가 111개에서 15개로 급감한 점에 대해 “환기구 설치 건축물은 대부분 민간 집합건물로 구분소유자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어려웠으나, 2015년 7월 9일 환기구 설치기준 법제화 사실 안내 등 지속적인 이해·설득 결과, 2015년 9월 들어 조치율이 상승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시정조치가 지연되는 것은 시·군별로 예산반영이 필요하고, 일부 민간시설의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적극적인 해소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