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물전쟁’ 화해 물꼬 틀까
송탄상수원 위성사진.
이를 두고 평택시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책임을 시의회에 넘기는 등 면피용이 아닌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용인시와 평택시, 안성시의 송탄 상수원 갈등은 1979년 용인시 남사면과 평택시 진위면 경계인 진위천에 송탄 취수장이 설치돼 상류인 남사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개발규제를 받게 되자 용인시는 시민의 재산권 보호를 들어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평택시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앞세워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4월 ‘도-시군이 함께하는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경기도-평택시-용인시-안성시가 송탄 상수원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경기도가 2억 4000만 원, 3개 시가 1억 2000만 원씩 용역비를 분담키로 했다.
하지만 평택시의회가 용역비를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급기야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해 용인시민들이 평택시청 원정 시위 등을 벌인 것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평택시의회는 용인시장 규탄과 함께 의원 및 시민단체들의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에 맞서 신현수 용인시의회 의장은 평택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례적으로 연일 평택시의회의 용역비 예산 미반영에 대한 불만을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감정싸움이 확산되자 공재광 평택시장은 10월 12일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상수원보호구역 용역예산을 시의회에 긴급안건으로 다시 제출하면서 시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평택시의회는 이 안건을 다시 심의할 계획이지만 시의회 차원에서 정해진 방침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산삭감을 주도한 일부 시의원의 경우 공재광 시장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아 용역예산 통과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공 시장이 시의회와의 적극적인 합의 없이 지역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책임을 평택시의회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용인시는 용역 추진을 연내에 실시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의회는 10월 13일 제2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남홍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 의원은 “평택시는 물 공급과 수질악화 등을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의 평택시 광역상수도 배분량이 14만 톤의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인시 오염총량 계획상 이동·남사지역의 오염 배출량은 2020년까지 일일 3474㎏인 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므로 하천 수질이 더 나빠질 이유가 없다”며 “36년간이나 재산권 침해를 받아온 남사·이동면 주민들에게 참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타당성과 명분을 잃어버린 억지 요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용인시의회는 정부가 송탄상수원보호구역과 수정법상 성장관리권역을 같은 지역에 지정하는 엇박자 행정을 했던 만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며 경기도 역시 평택시와 용인시가 더 이상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의회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특별대책위원회’는 9월 21일 구성돼 안성시의회와의 연대방안을 마련하는 등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6년간 계속된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갈등이 연내에 화해 분위기로 전환될지 23일까지 열리는 평택시의회 임시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