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도 헤어졌다 말 못하는 스타 있다
MBC <일밤> ‘아빠! 어디가?’에서 단란한 모습을 보였던 송종국-박잎선 부부가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방송화면 캡처.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렇다고 후천적인 노력이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외모를 가꾸거나 실력을 키우는 일련의 과정 역시 연예인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냉정한 연예계에서 노력이 전부는 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것, 그 이상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완성하는 과정이야말로 연예인이 포기해서는 안 될 ‘스타의 필수 조건’이다. 이런 무형의 이미지가 스타에게 수십억 원의 수익을 안기는 ‘네잎 클로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기자 한그루가 가족사 논란에 휘말렸다. 2011년 데뷔할 무렵 고백한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가 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거짓말이 보태진 과도한 ‘포장’이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중을 속이려고 작정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포장해,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시작은 이렇다. 한그루는 데뷔 초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언니 두 명과 오빠 한 명이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언니는 서울대학, 오빠는 고려대학을 졸업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CF 감독이자 영화 제작자’인 아버지, ‘모델 출신’ 어머니의 존재도 알렸다. 이런 내용이 퍼지면서 한그루에게는 소위 ‘엄친딸’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조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곱게 자란 이미지가 더해졌고 가는 곳마다 그에 따르는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가 갖춘 고급스러운 이미지 역시 그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한그루
이 여성은 “한그루와 자매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한그루의 생모와 재혼했고, 그 과정에서 형제와 어머니까지 모두 씻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그동안 한그루와 함께 살지도,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이 아닌 ‘남’에 불과한 자신이 왜 ‘한그루의 형제’로 둔갑해 알려졌는지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각자의 학력까지 낱낱이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한그루의 가족사 논란은 연예인 한 명의 복잡한 사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생각하면, 연예인의 이미지 포장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또 그 이미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남긴다.
가족에 대한 논란이 촉발되자 한그루는 “데뷔 초에 인터뷰에서 형제 관계를 묻는 질문을 받고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며 “비록 형제들과 연락을 나누지 않지만 지금껏 언니와 오빠로 여겨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알릴 필요 없는 형제의 학벌, 친모가 아닌 새 아버지 전 부인의 과거 경력마저도 자신의 상황처럼 포장했다는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 자의, 타의로 이뤄지는 ‘이미지 메이킹’
사실 이미지 포장에 관한 논란은 꼭 한그루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자의는 물론 타의에 의해서도 연예계에서 비일비재하기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이혼에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전 축구 국가대표 송종국과 방송인 박잎선이 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이유 역시 이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둔 두 자녀와 함께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출연했다. 1년여 동안 매주 일요일 오후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들 가족은 단란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그렇게 시청자의 부러움을 샀다.
그 이미지가 만든 혜택은 상당했다. 방송 출연 전까지만 해도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으로만 기억된 송종국은 이를 통해 ‘친근한 아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고, 다시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인기 축구 해설가로 활약할 수 있는 배경 역시 ‘아빠 어디가’가 만든 이미지에 힘입은 바 크다. 박잎선도 비슷하다. 결혼 전 연기자로 활동했지만 상당히 오랜 공백을 가진 그는 가족과 함께 한 방송으로 유명세를 되찾았다. 자녀와 남편에게 헌신하는 현명한 아내의 이미지도 더했다.
물론 자의가 아닌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이미지로부터 얻는 유, 무형의 혜택은 온전히 당사자들이 누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이혼이 대중에게 안기는 실망감은 결코 적지 않다.
# 연예인의 이미지 포장…왜?
연예인의 이미지는 ‘상품가치’와 직결된다. 각자가 지닌 이미지에 따라 활동의 폭은 물론 연예인 개개인의 ‘수익’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간혹 가정불화를 겪는 연예인 부부가 자신들의 사정을 숨기고 행복한 모습을 내보이는 ‘쇼윈도 부부’로 행동하거나, 이미 헤어진 연예인 커플이 ‘여전히 잘 만나고 있다’며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배경 역시 ‘이미지’는 곧 ‘매출’이라는 공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연예인 커플은 2~3년 동안 가정불화를 겪어왔지만 그 사실을 철저하게 감췄다.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만든 친근한 이미지를 활용해 여러 사업을 벌였고, 그렇게 얻는 수익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별을 선언했을 때는 이미 함께 진행해온 사업과 방송을 모두 말끔하게 정리한 상태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