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억씩 받아 써놓고 아몰랑~
‘금고 협력사업비’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예치할 금고를 지정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돈을 말한다. 이 사업비는 당초 사회공헌, 복지사업 등 공익목적으로 쓰이도록 마련됐다. 막대한 예산을 예치하는 대가로 금융기관이 누리는 이익을 일정부분 공익에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경우 이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었다. 지난 2013년부터 전체 예산에 일괄적으로 편입시킨 후 항목 자체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처에 대한 답변도 불가능하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부산시의 금고 협력사업비는 지난 2013년부터 내년까지 4년간 모두 333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금고인 부산은행이 233억 원, 2금고인 국민은행이 100억 원가량을 출연했다. 이는 2012년 시금고 계약 당시 약정된 금액이다.
부산시는 이 금액을 매년 한 차례씩 받으면서 세외 수입으로 지정해 전체 예산, 다시 말해 일반회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허남식 세정담당관은 “지난 2012년 시금고를 계약할 당시 협력사업비를 일괄적으로 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며 “이는 협력사업비를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쓰기 위해 마련한 조치로 타 시도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김선택 세입운영팀장에게 협력사업비 사용처에 대한 세부내역을 공개할 수 없느냐고 묻자 “전체 예산에 편입되다 보니 1:1 대응 방식으로 사용처를 공개할 근거 자체가 없다”고 답변했다. 행자부 예규가 강화됨에 따라 올해부터 사용처를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답은 결국 모순에 빠지게 된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별도 항목이 없어 사용처를 공개하지 못하던 것이 올해 들어 행자부 예규에 따라 별도로 공개할 수 있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는 점에서다.
담당자의 말 바꾸기도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취재 초기 김선택 세입운영팀장은 협력사업비가 전체 예산에 편입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부산은행과 계약 당시 전체 예산에 포함시키기로 약정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사항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자 “그런 것은 없다. 얘기가 최초에 잘못 전달됐다”면서 말을 바꿨다.
한편, 이 사실을 전해들은 부산시의회 전진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은 “이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라며 “관련 자료를 부산시에 요청해 받은 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