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마찰음…이래서 언제 ‘이윤’ 내나
지난해 10월 윤장현 광주시장(왼쪽 두 번째)과 이낙연 전남지사(왼쪽 세 번째)가 ‘윤이’ 나고 ‘이윤’ 내는 광주·전남을 만들겠다며 상생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몇몇 현안을 두고 서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상생협력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제공=전남도
민선 6기에는 ‘윤이상생(尹李相生)’이 화두가 되고 있다. ’윤이’(尹-李)나는 광주·전남을 만들 수 있고 ‘이윤’(李-尹)을 내는 전남·광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출범 1년. 그렇다면 지금 시도의 상생 협력은 잘되고 있을까.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난해 7월 민선 6기를 나란히 출발하면서 최대 화두로 ‘상생 발전’을 내걸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10월에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상생’ 행보에 나섰다. 광주와 전남이 윈-윈하기 위해서는 공동 현안들에 대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문화관광활성화, 제2남도학숙 건립,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광주·전남혁신도시 활성화, 광주순환도로(제3순환선) 건설 등 14개 상생과제를 추진 중이다.
과제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에 짓기로 한 제2남도학숙은 설계에 들어갔고 얼마 전 치른 2015 하계U대회도 광주시와 전남도가 손을 맞잡고 성공 개최로 이끌었다. 빛가람혁신도시 활성화와 에너지밸리 조성에서도 아직까지는 불협화음 없이 보조를 잘 맞추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귀농을 희망하는 광주시민들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전남도가 보유하고 있는 광주시 소재 도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영농실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광주·전남 출신 미술작가들이 서울에서 작품을 전시해 중앙무대 진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시·도가 공동으로 서울에 갤러리를 운영키로 하고 부지를 찾고 있다.
남도관광활성화를 위한 ‘남도 방문의 해’ 추진 발굴도 눈에 띈다. 현재 관광협회중앙회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관광 홍보 마케팅을 공동으로 전개한 결과, KTX 개통과 함께 광주·전남을 찾는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순항’은 여기까지였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을 외치고는 있지만 일부 민감한 현안을 두고는 서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상생협력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시·도의회의 협조로 통합은 이뤘지만 원장 임명 문제로 시끄럽다.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은 허성관 내정자를 김수삼 이사장이 임명을 강행하자 급기야 시·도의회가 허 원장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김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결국 지난 11월 4일 김 이사장이 물러나는 상황에 이르러 후유증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장현 시장의 발언에서는 견고하게만 보이던 시도 상생에 미세한 간극이 감지되고 있다. 윤 시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선임 과정에서 광주시가 추천한 이사들도 일정 정도 (임명불가)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은 시도민의 입장에서 고민해 주기 바란다”며 간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논의해 온 광주~혁신도시 시외버스 직통노선 개설문제는 광주시와 나주시의 입장차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국토교통부에 조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조만간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개막을 앞두고는 광주 송정역에서 담양을 오가는 직통버스 노선개설을 놓고 광주시와 담양군이 신경전을 벌였다. 광주·전남 상생발전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고 있는 2015하계U대회 때도 윤장현 시장이 결산 평가를 하면서 성공개최 일등공신인 전남도와 도민들을 언급하지 않아 전남도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지사가 U대회 성공개최를 축하하면서 “광주U대회에 전남도민이 협력하고 동참한 것처럼 전남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행사에도 광주시민이 협력하고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한 배경에도 이런 서운함이 자리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자동차 산업을 두고도 광주시와 전남도의 생각이 복잡 미묘하다. 민선6기 광주시가 최대 현안으로 ‘자동차 100만 대 도시’를 추진 중인 가운데 F1 대회를 사실상 포기한 전남도 역시 자동차 튜닝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광주시가 최근 느닷없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서 걷히는 지방세를 공유할 것을 나주시에 요구하고 나서면서 상생에 금이 갈 혹만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광주·전남 상생의 최대 현안인 무안공항 활성화다. 허 원장 임명 논란 해결이 광주·전남 상생호의 1차 관문이라면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과제들이야 자치단체장의 결심을 받아 양 시도의 실무자들이 모여 추진해 나가도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지만 광주공항 이전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광주공항의 무안국제공항으로의 이전과 함께 민감한 군 공항 이전이 맞물려 있어서다.
그간 광주공항 이전 문제는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항상 거론된 듯했지만 번번히 정치논리 등에 묻혀 한 발짝도 진척이 없었다. 최근 이낙연 지사가 전남도 국정감사장에서 “광주 (민간)공항 문제는 더는 미룰 때가 아니며 이제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지난달 23일 열린 광주전남 상생협의회에서는 광주 민간공항과 무안공항 통합문제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아가자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눴을 뿐 전혀 진척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눈치를 보며 언급을 자제한 것이다. 이러다 공항 문제는 민선 6기에서 ‘해묵은 논리‘만 전개하다가 넘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을 외치고는 있지만 일부 민감한 현안을 두고는 서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상생협력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생협의회가 과제를 최초 14개에서 4개를 더하고, 이번에 2개를 새로 포함시키는 등 대체로 합의점을 찾기 쉬운 무난한 과제들을 내세워 해결이 쉽지 않는 난제들을 무마하고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장기 포석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이처럼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가 양 지역 간 미묘한 의제인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딴청을 피워 위원회 본래 설립취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89년 광주·전남 지역의 균형 발전과 광역행정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설립됐다 사라진 광역행정협의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