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사용하는 물, 주민 투표로 정하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입구.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본보에서 몇 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지역에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원전 인근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시설인 까닭에 이곳에서 생산된 수돗물에 대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안정성 외에도 중요한 문제점이 또 하나 있다. 이 시설은 건설 당시 식수공급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초 시설을 건설하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나 설명회 등이 없었다. 상수도사업본부 등이 운영에 대한 경제성을 저울질하고는 식수공급 쪽으로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향후 주민들과의 법적다툼의 여지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배경 등으로 인해 해수담수화시설은 건설된 후 현재까지 약 1년 6개월가량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가동 중단을 참다못한 상수도사업본부는 결국 수돗물 공급을 강행하기로 했다. 수질검증연합위원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수질검사를 기초로 물 공급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것이다.
이에 수돗물 공급 대상인 주민들은 도무지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우선 상수도사업본부가 실시하는 수질검사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수질검사에 참가한 수질검증연합위원회가 대표성이 없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어용단체에 불과하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또한 주민들은 우선 최소한 주민투표를 통해 가동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반대 대책위원회 김용호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대적인 반대집회를 우선 7일 열고, 이와 병행해 향후 시설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 시설을 건설하면서 두산중공업에 막대한 특혜를 줬다. 이에 대한 감사도 중앙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이러한 반대에도 상수도본부의 방침도 확고했다. 상수도본부 김상신 급수부장은 “더 이상은 급수를 늦출 수 없다. 올 연말 안으로는 반드시 급수를 진행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급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체 그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같이 해수담수화 수돗물 급수와 관련한 사항은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따라서 향후 공급을 강행하려는 측과 이를 막으려는 측과의 더욱 거센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