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글에 ‘광클’...업로더만 돈 벌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A 양 동영상’은 첫 발원지에서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가에서부터 퍼졌다는 설에서부터 개인 메일로 주고받은 것이 유출됐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처음 이 동영상의 제목은 ‘연인 몰카’였다. 이후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A와 닮았다는 댓글을 올린 것이 기사화되며 논란은 사실인 양 확대됐다. 기사를 본 후 논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네티즌들로 파일공유사이트와 인터넷 카페가 북적이자 그때부터 ‘A 양 섹스동영상’으로 아예 낙인이 찍혔다. ‘A양 동영상 풀버전’이란 제목만 올라와도 조회수는 금세 10만 건을 육박했다. 네이버 지식인과 블로그에는 동영상을 보내 달라며 이메일 주소를 남기는 사람들로 댓글 도배현상이 일어났고 심지어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반 영화 사이트 후기 게시판에 동영상의 존재를 주고받는 댓글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각종 음란물 사이트들은 ‘5분 후 삭제’, ‘진짜 A 양 맞다’는 등의 낚시글로 회원 모집에 나섰다.
그렇다면 화면 속의 여성은 진짜 가수 A일까. 사실 동영상을 재생해 보면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 윤곽이 분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단지 동영상 초반부에서 남성이 카메라 렌즈를 침대에 맞추는 동안 여성이 V자를 그리는데 이 장면이 A와 흡사한 이미지를 풍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체격과 헤어스타일까지 비슷해 A가 맞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동영상 중반부에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여성의 말투가 강한 경상도 억양인데다 음성이 A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A 양 논란’은 점차 수그러드는 추세지만 화면 속 연인들의 의도적인 연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남녀 모두 카메라 정면 방향에 맞춰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점 때문이다. 또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며 카메라 방향으로 자세를 바꾸는 행동을 보이기도 해 일부 네티즌들은 남성이 유출용으로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파일공유사이트에서 연인과 찍은 영상을 파는 일은 흔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러한 의혹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보긴 어렵다.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MP3까지 동영상을 찍는 방법부터 개인 블로그나 파일공유사이트 등 인터넷에 올리는 과정이 어렵지 않은 것. 10년 전만 해도 고가의 캠코더를 구입한 후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야 했지만 이제는 수단과 방법이 점차 간편해지고 있다.
실제 파일공유사이트 자료방에 가보면 연인과의 은밀한 추억이 한 건당 몇 백 원으로 공유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암호화된 검색어만 쳐도 각양각색의 몰래카메라에서부터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올려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몰래카메라의 홍수 속에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상대 여성이나 남성이 연예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제목에 반영하기 때문에 일명 ‘낚이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번에 유출된 영상 역시 동영상을 입수해 콘텐츠료를 받은 사람으로서는 ‘A 양 논란’이 언론에까지 반영되며 특수를 누린 셈이다.
성문화 평론가 김창환 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이트에 올려서 다운로드 횟수가 높아지면 돈이 되다 보니 물질적 유혹에 연인끼리 믿음이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요즘 세태”라고 지적했다. 또 “정사 신만을 담은 포르노에서부터 길거리에서 유혹해 잠자리를 가지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담은 스토리 성 다큐멘터리까지 내용도 점차 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연예인들 그 후
죄인 아닌 죄인 ''차라리 정면돌파''
그동안 섹스비디오가 유출돼 피해를 본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인처럼 남자친구와의 ‘은밀한 추억’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경우도 있고 신인과 매니저 사이의 갑을관계가 빚어낸 ‘족쇄형’ 비디오가 공개돼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에 시달린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신인과 매니저 사이의 갑을관계가 빚어낸 족쇄형 비디오가 빈번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기획사 운영 실태가 문제였다. 현재는 기획사들이 대형화되며 기업의 형태를 갖춰 법적인 절차에 따라 계약을 맺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계약서의 개념이 모호했다. 중소 기획사의 경우 신인에서 스타로 성장한 후 기껏 키운 스타가 대형기획사로 옮겨 가는 걸 막기 위해 협박용으로 데뷔 전 미리 영상을 찍는다는 추측이 난무해 제2, 제3의 피해자를 찾아내는 것이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연예계 복귀를 위한 대응전략은 도피에서 정면돌파로 바뀌고 있다. 성문화 평론가 김창환 씨는 재기에 성공한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브라운관에서 떠나지 않으며 각종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보여준 후 슬픈 이미지로 다가섰기 때문에 대중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반면 사건 이후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재기 기간도 길어지는 모습이었다.
2년 8개월의 휴식기를 정리하고 컴백한 가수 아이비 역시 비디오 의혹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정면 대응 전략에 나서고 있다. 소속사 이지훈 실장은 “새 앨범에 ‘눈물 안녕’과 같은 슬픈 발라드가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반응이 좋아 이 노래로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성공적인 재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라도 댄스가수 아이비로서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 ‘터치미’로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지원 인턴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