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가진 입단 발표회에서 시미즈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안정환.[로이터] | ||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러나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일본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안정환 안티세력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데, 과연 안정환은 J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안정환에 대한 일본내의 기사는 16일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9월 초 ‘안정환 시미즈행’설이 나오자마자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안정환이 실제로 뛸 수 있는 기간이 4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안정환의 이적 트러블을 자세히 보도하는가 하면 안정환의 나카타에 대한 발언 등을 다루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일단 시미즈행이 확정되고 나서는 일본 언론은 거의 일제히 ‘안정환 환영’ 기사를 대대적으로 내놓았다. 한 일본스포츠 프리랜서는 “일본언론도 냄비근성이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안정환에 대한 혼네(속마음)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안정환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평했다.
다음은 최근 일본 축구팬 사이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안정환의 발언’들이다. “나는 나카타보다 더 잘 뛸 수 있다. 6개월 뒤에 같은 질문을 해달라.” “페루자는 나에게 10번 백넘버를 준비해 둘 것이다.” (나카타가 파르마에서 백넘버 10을 갖고 뛰는 것을 빗대어) “일본인에겐 축구가 맞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DF(수비수)는 노인뿐이라 움직임이 둔하다.” “한국축구는 이탈리아 축구를 한참 앞서고 있다.” “내가 가면 일본축구 관중수를 올릴 수 있다.” 사실 위 발언 중 직접 안정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졌거나 다른 사람이 안정환의 말을 옮기다 덧붙여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이러한 말을 여과 없이 싣고 있다. 또한 이 말들은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 안정환을 평가하는 중요한 소스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일본에서 보도됨으로써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 조사 하나 차이에도 말의 어감이 달라진다. 위 발언만 보면 ‘안정환은 건방진 축구선수’임에 틀림없다.안정환 측도 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이플레이어의 김석현 차장은 “안정환의 안티세력은 일본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존재했으면서 나름대로 잘 대처해왔다”며 “안정환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방법은 일단 말을 아끼는 것. 안정환은 일본에서 오해를 살만한 발언은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는 전략까지 세우고 있다고 한다.
안정환이 가장 주목을 받는 부문은 일본내의 CF부문. 현재로서는 일본 최고의 개런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거론되는 액수가 워낙 커서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현지 언론도 안정환이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고 있으며 그중 최고액수가 1억엔으로 나카타 히데토시와 동급으로 대우받는다는 것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김 차장은 “나도 일본 신문에서 70억원을 언급하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아직 액수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암시했다.
5개의 일본 CF계약 중 일부는 이미 작업중이라는 것이 이플레이어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안정환의 CF 중 상당부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측 기업 CF는 계약이 상당수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언론들은 아시아나항공, 푸마,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거론하고 있다. 일본쪽 CF는 일본측 에이전시인 PM사가 전담한다. 일본인의 구미에 맞게 ‘어떻게 안정환을 꾸미는가’도 축구 이외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이 일본 축구에서 뛸 기간은 현실적으로 3개월, 시미즈에서 안정환의 역할과 포지션은 중앙 MF에서 공수를 조절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 시미즈 진출설이 나올 때 일부에선 일본대표팀 출신인 귀화 일본인 산토스(알렉스)가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플레이 공간이 마찰을 일으킬 수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젬노비치 감독은 처음 ‘안정환의 플레이 메이커론’을 들어 위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팀내 용병 스트라이커의 부진에 따라 안정환이 스트라이커 역활을 할 것이 분명해진 상태여서 그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애초에 전문가들은 시즈오카를 안정환에게 최적격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일본 축구프리랜서인 신무광씨는 “오사카 도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일교포가 많지 않은 시즈오카는 아무래도 팀컬러의 단결력이나 정체성이 한국인인 안정환이 활동하기에 덜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안정환의 이적 문제가 매듭이 지어졌기 때문에 일단 호의적이거나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안정환 개인에 대한 일본 내 언론들의 평가는 기자회견에서도 보았듯이 우호적이다. 질문도 날카롭지 않았고 좋은 쪽으로만 질문을 펼쳤다”며 “앞으로 안정환의 플레이에 모든 것이 달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