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여유…동남아가 우릴 불러요
태국 방콕의 거리 모습.
최근 우리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세계 181개국 중 시리아 등 5개국만 빼고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257만여 명, 미국에 209만여 명, 일본에 89만여 명, 유럽 61만여 명, 대양주 48만여 명, 캐나다 20만여 명, 러시아 17만여 명, 호주 15만여 명, 중남미 11만여 명, 중동 2만 5000여 명, 아프리카 1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제가 사는 인도차이나와 말레이 반도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세계에 남은 마지막 시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우리나라를 좋아하므로 선진국인 우리가 잘 이끌어가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8개국에 약 6억 인구가 밀집된 이 지역에 우리 국민 약 20만 명이 있습니다. 나라별로 보면 베트남 8만 6000여 명, 인도네시아 4만여 명, 싱가포르 2만여 명, 태국 2만여 명, 말레이시아 1만 4000여 명입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라오스는 세 나라를 합쳐도 우리 교민이 8000여 명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인구 2억 5000만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와 인구 6000만 명이 넘는 미얀마는 우리의 기술과 인재가 정말 필요한 나라입니다. 그만큼 내수소비시장이 크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열린 정책’들이 효과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태국 방콕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도시’를 되찾았습니다. 그 이유는 파타야, 푸켓, 치앙마이 같은 휴양지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다양한 음식과 숙박시설, 항공편수 그리고 동양의 전통문화를 여유롭게 즐기도록 하는 정책들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가 은퇴 후 살고 싶은 나라로 부상하는 이유는 교육제도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해외유학 디그리 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학생이 한국학생이라고 합니다.
올해 갤럽의 행복지수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118위를 했습니다. 충격적인 순위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해외에서 사는 저로서는 이 문제를 자주 생각해봅니다. 한국인은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욕구가 아주 강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가 하지 못한 번영을 50년 만에 해낸 독창적인 국민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100명 중 97명이 자기 나라에 사는 게 행복하다고 한 부탄의 열린 정책을 보면 우리에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건강과 의료, 교육과 일자리,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그것입니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 1332명을 조사한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한국의 직장인 2명 중 1명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수치가 높아 40대 이상은 61%를 차지합니다. 이들이 이민가고 싶은 이유는 기혼과 미혼에 따라 순위가 좀 차이가 있지만, 1위가 자녀교육입니다. 2위가 새로운 환경에 살고 싶다. 3위가 노후와 건강문제입니다. 인구 70만, 국민소득 6500달러인 부탄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3가지 정책과 같습니다. 비교가 됩니다.
1974년 부탄의 국왕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까지 활용된 국민총행복(GNH) 지표는 9가지입니다. 주거와 소득, 심리적 행복, 건강, 시간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올바른 정치, 공동체의 활력, 생태환경. 전문가가 1인당 8000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심리상태를 조사하여 정책에 반영합니다. 그중 교육과 건강과 환경조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자연환경보존을 오랫동안 유지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든 비결이라고 합니다. 우리 직장인들이 ‘이민가고 싶은 이유 3가지’와 같습니다.
경제적 가치도 소중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도, 미래에 대한 기대도, 희망과 기쁨과 사랑 같은 삶의 질도 행복하기 위해선 소중합니다. 각 나라가 조사한 자료들을 읽으며 해외개척지수와 국민총행복지수는 엇갈리면서도,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행복의 가치’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정선교 Mecc 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고아를 위한 NGO Mecc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