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은 국내 복귀 후 딱 한 차례 김성근 감독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지난 8월1일 부산 롯데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감독은 3연승 후 꼴찌 롯데를 맞아 승기를 잡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예정이었으나 선수들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0패를 당하고 말았다. 열이 뻗친 것은 경기 결과보다도 이후에 보여준 선수들의 행동.
특히 이상훈이 경기에서 졌다고 술을 먹고 들어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김 감독은 대노했다. 이상훈 외에도 유지현, 장문석, 조인성 등 주전 4인방이 모두 새벽 2시를 넘어서까지 숙소로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알고 김 감독은 불호령을 치며 4명 모두를 서울로 올려보냈다.
당시 언론에선 귀가 시간을 넘겨 들어온 선수들에 대한 문책으로 기사화했지만 김 감독의 진심은 다른 데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상훈이 꼴찌팀에게 지고나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에 크게 자존심을 상한 것. 김 감독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선수로서의 이상훈과 남자로서의 이상훈에 대한 매력을 덧붙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상훈이 그러면 안되지. 팀의 기둥인데. 그후론 그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상훈이와 난 눈과 눈으로 통하는 사이야. 남자들은 눈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가 있거든. 상훈이가 딱 그런 친구지. 상훈이가 팀에 복귀한 뒤 약속한 게 있어. 믿음을 배신하지 말자고.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그 다음부턴 자기를 죽이고 들어오더라구. 희생하는 법을 알게 된 거지. 남자 중의 남자야, 이상훈은.” 〔영〕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