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담수화 찬성 집회에 주민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
-검사결과 마저 위원회에 알리지 않은 정황 ‘본보 단독입수’로 확인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10일 우천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부산시는 시위대의 시청 진입을 막기 위해 1층 출입구를 전면 통제해 민원인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요신문] 부산지역에서 해수담수화 수돗물로 인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공급을 둘러싼 마찰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 등이 수질검증단체 구성을 입맛대로 하고, 해수담수화 찬성 집회에 주민을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또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상수도본부)가 자기들이 구성한 수질검증단체인 ‘부산기장해양정수센터 수질검증연합위원회(위원회)’에 수질검사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는 얘기마저 위원회 내부에서 나왔다. 특히 이는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쯤 되자 일각에선 부산시 등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수도본부 등이 추진하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사업은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무엇보다 입지가 문제였다. 고리원전 인근에 들어서면서부터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완공 후 1년이 지나도록 시설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수도본부가 지난 7일 수돗물 공급을 강행하려 하자 주민들이 부산시청과 기장군청 등을 돌며 극렬한 반대 시위를 펼쳐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시위는 이후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공급 강행이 무산되긴 했지만 부산시와 상수도본부는 일체 입장변화를 보이질 않고 있다. 이는 9일 오규석 기장군수가 서병수 부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재차 확인됐다. 오 군수가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은 절대 안 된다. 최소한 주민투표라도 실시하자”고 하자, 서 시장은 “공모로 진행된 국책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돗물 공급을 강행하려는 부산시와 상수도본부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우선 상수도본부가 수질검증기구인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반대 주민들을 일체 배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민만 고른 후 수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산 가운데는 해외시설 견학수행비 등 외유성 경비마저 포함돼 있었다.
더욱 심각한 의혹도 잇달아 제기됐다. 해수담수화 찬성 집회에 주민을 동원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당초 찬성 집회는 반대집회가 극렬해지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찬성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진 집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녹취록에는 “찬성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이 일당 7만원에 동원됐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이 문제는 시민단체들이 주민동원 의혹을 수산기관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향후 거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질검증 자체의 실효성을 뒤흔들 만한 논란거리가 새롭게 드러났다. 상수도본부가 자기들이 구성한 수질검증단체인 위원회에 수질검사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구두로만 “문제없다”고 전달했다는 얘기가 위원회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위원회 관계자와 제3자간의 전화통화 녹취에 따르면 상수도본부는 위원회가 주최로 된 수질검증을 실시하면서 정작 위원회에는 보고서를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았다. 위원회 관계자는 전화통화 녹취에서 “상수도본부로부터 수질검증 보고서를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 구두로만 문제없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전화통화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이 위원회의 핵심 실무 관계자란 점에서 상수도본부가 검사결과를 제멋대로 주물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결과보고서까지 내보이며 “정상적인 절차대로 위원회에 모든 결과를 알렸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자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2천억 원이라는 해수담수화 건설비용이 물론 적지 않지만, 이보다 더욱 큰 것은 주민과 행정기관 간의 신뢰”라며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산시가 이쯤에서 사업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