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지하철 참사사건으로 사회가 온통 뒤숭숭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야구 선수 중에도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이 있다.
MBC 청룡의 김정수는 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는 병역면제혜택을 받아 몇 주간 교육만 받으면 군대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던 날 동료 선수 안언학과 김경표를 승용차에 태우고 교육장을 벗어나던 김정수가 좌회전하는 순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대형버스와 충돌하고 말았다. 김정수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김경표, 안언학은 사고 후유증으로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러다 몇 년 후 김경표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해태 투수 김대현은 자신의 승용차로 서울 원정 경기에 올라왔다가 다음날 광주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내정이 되었다는 소식에 부상중이던 이순철을 태우고 밤길을 내달렸다. 그런데 휴게소 진입을 시도하다 입구에서 트럭을 들이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10승 투수로 각광 받던 시기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90년대 중반에는 해태의 박철웅 투수가 광주에서 서울로 차를 몰고 가다 마주오던 차와 정면 충돌해 식물인간이 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상무 시절 MVP를 수상하고 프로 입단 첫해 주축 투수로 자리잡아가던 시점에서 터진 안타까운 불행이었다.
야구선수 중에도 지하철과 관련된 희생자가 있었다. 롯데의 조용철이다. 조용철은 경남고 시절 1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 투수라고 극찬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런데 당시 부산에서 지하철 공사중이던 현장을 걸어가다 그곳이 무너지면서 화를 입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운동선수로서는 더 이상 활동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고도 있었다. 포수인 K는 시즌이 끝난 뒤 사귀던 여자와 여행을 갔다가 모텔에 투숙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지역 건달의 애인이란 사실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곤히 잠든 사이 갑자기 건장한 청년들이 방문을 열고 들이닥쳐 앞뒤 가리지 않고 연장을 휘두르는 바람에 K는 손쓸 겨를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 결국 K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며칠 뒤에 깨어나긴 했지만 운동선수로서의 능력은 이미 상실한 뒤였다.
제발 2003년은 더 이상 사건, 사고가 없는 ‘쌈박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SBS 해설위원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