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 중 가장 맏형인 박찬호는 LA를 떠난 후 텍사스 알링턴에 1백30만달러(약 16억원)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야구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수위가 단지 앞에서 집을 지키는 ‘게이트 커뮤니티’ 안에 자리하고 있다. 박찬호는 두 대의 자동차를 굴린다. 텍사스로 이주한 뒤 BMW 중 가장 고급인 7시리즈를 구입했고, 다른 하나는 현대에서 제공해준 그랜저가 있다. 야구장에 갈 때는 그랜저를 타고 다니며 한국산 자동차라고 동료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박찬호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음악을 즐겨 듣는다. 달리기나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할 때면 헤드폰을 귀에 꽂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주로 국내 가요를 즐겨 듣는 편이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불교 서적을 많이 읽고, 팬들이 선물한 책들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선(명상)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취미’라면 취미다. 요즘도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어 오전 7시께 훈련장으로 향한다. 박찬호는 요리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음식 솜씨도 남다르다. 동생의 생일에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요리법을 물어 직접 요리하는 걸 즐긴다.
김병현의 경우는 잘 알려진 것처럼 잠이 큰 취미 중의 하나다. 동료들 사이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잠들 수 있는 괴물’로 통하기도 한다. 피닉스에 복층식 콘도를 구입해 살고 있는 김병현이 가장 즐기는 취미 생활은 컴퓨터 오락. 운동장에서 돌아와 잠자는 것을 빼고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컴퓨터 게임.
▲ 최희섭 | ||
최희섭은 아직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탓에 집과 차에 대해 자랑할 만한 내용이 없다. 자동차는 미국에 온 이래 바뀌지 않았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종인 혼다 패스포트를 지난 1999년에 사서 직접 몰고 다닌다. 최희섭 소유의 집도 없다. 작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집을 장만할 만큼 부를 쌓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시카고 컵스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곧바로 내집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일 예정.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최희섭은 미국 진출 이후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됐지만 이제 메이저리거가 되면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팀별로 예배를 보기도 한다. 한때 교포 아가씨와 사귄다는 소문이 꽤 신빙성 있게 나돌았는데 정작 자신은 그저 ‘알고만 지내는 사이’라며 부정한다. 최희섭의 특징 중 하나는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 야구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구입조차 하지 않았다고 .
한국 선수들 대부분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야구장을 나서면 팀 동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찬호도 친한 동료들이 있지만 외부에서까지 그들과 어울리는 일은 거의 없다. 원정 경기 갔을 때 그들과 함께 한국 음식점을 찾을 뿐이다. 김병현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봉중근은 한 인터뷰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워낙 문화와 사고의 차이가 크고,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서는 동료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한다. 물론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다.
돈과 명예가 있어도 일반 젊은이에게 주어지는 자유로움과 파격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 이들 스타들의 장외 생활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박찬호는 “같은 또래의 사람들처럼 생활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늘 달고 다녔었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