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올 시즌 프로야구가 ‘대박’ 터질 거라고 장담했는데, 시작부터 김빠지게 생겼다. 일주일 만에 말 바꾼다고 욕해도 좋다. 그래도 시범경기 이틀 전 귀국하는 팀보다는 변덕부리는 필자가 낫다. 전지훈련 중에는 매스컴에 ‘투수는 전부 10승 투수고 타자는 전부 3할타자’라며 있는 대로 떠들어 놓고선 정작 시범경기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더운 나라에서 50일씩 실전 연습을 했더라도 시즌 오픈이 4월 초라는 걸 감안한다면 최소한 컨디션은 70% 이상인 상태에서 시범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시범경기 이틀 전에 귀국하면 선수들은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건 당연하고 시합장에서 ‘코’ 시리고 ‘손’ 시린 건 뻔한 이치다.
그래도 비싼 돈 들여 외국에서 훈련하고 왔으니 시합은 해야 되겠고 손에 입김 불어가며 뻑뻑한 몸을 움직이다보면 몸에 무리가 오고 폼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폼이라는 게 좋아지긴 무지하게 어려워도 망가지는 건 한 게임만 치르면 사정 없이 망가지는 법이다. 그리고 전지훈련 기간에 시속 150km를 뿌리던 투수도 귀국 후 던지면 140km를 겨우 넘는다. 왜? 추우니까.
그런데 전지훈련 때의 감각만을 떠올려 무리하게 던지다가 후회하는 선수들 여럿 봤다. 타자의 경우엔 더운 데서 풀스윙을 하며 ‘뻥뻥’ 쳐내다가 갑자기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고 타구가 강하게 날아가지 않으면 자연스레 큰 스윙이 나오게 마련이다. 뭐든지 욕심내서 좋은 건 없다.
통계적으로 시범경기에서 2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도 더운 나라에 전지훈련을 못가고 국내에서 훈련했기 때문이다. 1군 선수들이 추위에 덜덜 떨고 있을 때 국내에서 훈련한 2군 선수들은 반팔 언더셔츠를 입고 ‘방방’ 날아다닌다.
시범경기를 보면 잘 던지고 잘 치는 선수는 거의 2군이다. 그런데도 개막전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는 빌빌대던 1군 선수들이다. 그래서 발동이 늦게 걸리느니 아직 몸이 덜 풀렸느니 심지어 2~3게임 치르고 몸 여기저기 아픈 선수가 속출하는 거다. 전지훈련 때 멀쩡하던 선수가 정작 써먹으려니 나자빠지는 꼴이다.
프로선수는 변명이 필요 없다. 몸이 아프거나 성적이 좋거나 나쁘거나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까라면 발랑 까야 되는’ 한국선수들은 몸상태는 자기 것이 아니고 감독한테 맡겨놓은 상황이다. 그리고 더운 나라에서 훈련하고 추운 데서 시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지훈련기간이 길어서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들어오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얘기다. 시합을 하기도 전에 부상 걱정하는 선수들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미국 일본은 비록 시범경기지만 전력을 풀가동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를 2, 3일 앞두고 들어왔으니 당연하다.
SBS해설위원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