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율면농협 조합원이 각종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정보공개를 요청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요신문] 경기도 이천율면농업협동조합(조합장 박병건)이 하나로마트 건축관련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공사관련 서류를 공개하라는 조합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욕죄등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농협과 조합원 등에 따르면, 율면농협은 지난 2012년 12월 총회에서 6억원의 예산을 편성, 마트 건축사업을 승인 받고 세 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을 통해 최종 12억4600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4월2일 율면하나로마트를 완공했다.
조합원 A씨는 건축비가 두 배로 뛰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설계도면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지난 해 7월 율면농협과 이천시에 요청했다.
율면농협은 ‘열람은 가눙하고 복사는 안된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이천시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며, 또한 ‘저작권법 위배’에 해당된다며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관련서류의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자 A씨는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 공사와 관련한 위법 행위 비리 규명, 조합장 판공비 사용처와 법인카드 사용내용 공개를 위한 감사를 국민권익위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민원을 농림축산부에, 농림축산부는 다시 농협중앙회에 이첩했고,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 공사건 등에 대해 적정하게 집행됐다’는 조사결과를 A씨에게 통지했다.
농협 측은 “공개를 거부한것이 아니라, 열람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고 율면농협조합장과 이사, 감사, 직원 등 12명은 민원을 제기한 조합원 A씨가, 조합 비리 의혹이 있다는 편지를 조합원에 발송해 명예를 훼손했고, 또한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모욕을 주었으며, 업무를 방해했다며 지난해 8월 이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송치 받은 수원지검(여주지청)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모욕죄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 결정을 했다.
이에 불복한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수원지법(여주지원)은 6월 벌금 30만원을 선고했고, 10월23일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로 최종 확정됐다.
A씨는 “농협이 정보공개를 요청한 조합원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공금에서 유용해 고소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언성을 높이고 ” 이런 행태들이 현재 농업협동조합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율면농협 측은 “A씨가 2008년부터 수차례 악성민원으로 조합업무를 방해해 고 어쩔 수 없이 고소하게 된 것”이라면서 “개인이 아닌 조합 전체에 대한 모욕죄로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변호사비용을 개인이 부담할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정당하게 지급됐다면 정보공개를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이번 하나로마트 건축 비리만 아니라 농협주유소 매입, 작목반 하우스 시설 시공 수의계약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위한 조합원 서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설계도면과 제반서류를 공개하고 전 조합원에게 사과문 발송, 농협 소식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각종 비리가 율면 농협뿐만 아니라 인근 농협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며 “농협 정관과 운영규칙에 자유경쟁입찰 방식 명문화 조항을 추가해 밀실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선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