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월1일)가 만우절이었다. 필자가 평소 가깝게 지내는 각 팀 선수들한테 올 시즌 잘하라고 전화한 것도 바로 어제였다. 통화를 하면서 인사차 올 시즌에 대한 전망을 물어봤는데 한결같이 자기 팀이 우승한다고 큰소리다. 그 중에는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에 있는 선수도 있었지만 만우절이라고 심하게 ‘뻥’친다고 웃으며 통화한 선수도 있었다. 뭐, 괜찮다. ‘뻥’친 선수들도 남을 속이겠다는 의도보다는 그만큼 열심히 훈련했고 자신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사실 시즌을 맞는 선수들의 목표는 우승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투수는 15승, 타자는 무조건 3할 치고 심지어 30홈런에 1백타점은 기록할 거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떤 때는 같은 팀 투수들을 모아놓고 올 시즌 목표 승수가 몇 승이냐고 물어보고 그 승수를 모두 합치면 한 시즌 팀당 경기수인 1백33게임을 훨씬 넘는 2백승 가까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시즌이 시작되고 한달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목표가 수정된다는 점이다. 간혹 목표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기량보다 선수들의 단합이 우선이고 사생활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실력 있다고 잘난 척하고 건방 떠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 그런 선수는 플레이하면서도 문제를 자주 일으킬 수 있고 선수들의 유일한 휴식 공간인 라커룸에서부터 분위기를 망쳐 놓는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오기전 클럽하우스에서 기분을 잡치면 그날 경기는 ‘잡채’가 되기 쉽다. 뒤죽박죽이 된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선수들의 사생활이다. 이번 시범경기중에 SK의 모 선수가 새벽에 술 퍼먹고 여자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선수가 주전이든 후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경기 전날 숙소를 이탈했다는 것과 그 시간까지 잠 안자고 딴짓 했다는 사실이다.
한두 명이 밤에 탈출(?)했다가 코치한테 적발만 돼도 팀 분위기가 엄청 썰렁해지는데 그 선수는 폭행사건에다 술을 너무 드셔서(?) 기억도 없단다. 프로야구 선수는 온갖 유혹에 노출돼 있다. 마음만 먹으면 1년에 삼백 번도 넘게 술자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참을성을 갖춰야 진정한 프로다.
시즌이 시작됐으니 각 팀 코치들만 바빠지게 생겼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선수 단속이 심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술 많이 먹고 음주운전하는 사람은 차라리 단속에 걸리는 게 오래 사는 길이다. 그래야 사고도 없으니까.
‘단속반’으로 나선 코치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날이 있다. 일기예보에서 다음날 비가 온다고 발표할 때다. 선수들은 경기가 연기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그날 밤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다 막상 비가 안와 경기를 해야할 경우, 선수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기 때문. 필자도 여러 번 날씨에 속은 적이 있다. 시즌 중엔 제발 일기예보에 목숨 거는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SBS 해설위원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