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8일 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했냐구요? 솔직히 말해서 준비를 못했습니다. 무심한 아들이죠. 자식이라곤 달랑 한 명밖에 없는데.
사실 전 선물이나 편지 등 사람을 감동시킬 만한 ‘요소’들과는 거리가 멀어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괜히 쑥스러워요.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은 꼭 선물을 한다고 해서 전달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마치 변명같네요). 자식이라면, 특히 나처럼 축구를 하는 아들이라면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없인 이 자리에까지 오르기가 힘들죠.
곰곰이 돌이켜보면 편하다는 이유로, 누구보다 날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해준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소홀하게 대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 가슴 아파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저 또한 괜스레 죄송해지네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린 적이 있었어요. 물론 미술 시간에 수업의 일부분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강제적인’ 행동이 잠시나마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입학하고서부턴 카네이션 만들기도 그만뒀으니까요. 단순하게 속 썩이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게 효도라고 믿고 있지만 아마도 부모님 입장에선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다정다감한 표현에 인색하며, 애교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마른 장작’ 같은 아들을 지켜보며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네요.
참, 몸은 아주 좋아졌어요. 공을 차도 무릎에 통증이 없고 아주 가뿐해요. 요즘엔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하고 볼 연습도 하고 이전과 비슷한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어요.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 빼놓고는.
요즘 국내에서는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 저의 대표팀 복귀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한다면서요? 사실 대표팀에 들어가고 말고는 전적으로 협회의 의지이지 선수 개인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돼요.
개인적으론 먼저 군 문제부터 빨리 해결하고 싶어요. 동아시아대회는 물론 올림픽 본선 진출도 중요하고 나아가서는 월드컵 예선을 어떻게 하면 잘 치르느냐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잇따른 국제대회 스케줄을 감안하면 지금(5월 시즌이 끝난 후)이 적기인 것 같아요.
잠시 앞날을 고민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봐요. 4주간 군사교육을 받는 것도 시작 전부터 심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데 2년 넘게 군 생활하는 ‘형님’들 생각하면 정말 존경스럽다는 사실이죠. 대한민국 군인 ‘형님’들 파이팅!
5월8일 에인트호벤에서
정리=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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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