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27)의 아내 이혜원씨(24) | ||
지난 2일 4주간의 군사교육을 받기 위해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안정환(27)을 그리는 아내 이혜원씨(24)의 마음은 절절하다. 2년 2개월에 비해 4주라는 시간은 비교가 안될 만큼 짧은 기간이지만 남편을 보고 싶은 감정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결혼한 뒤 1년 6개월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만큼 안정환의 부침 많은 인생사에 따라 아내 이씨의 삶도 극과 극을 오가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까지 배가되면서 매스컴의 집중적인 취재 공세를 받아야 했던 이씨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남편의 가족사로 인해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과 힘들수록 더욱 단단해진 남다른 부부애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밝히기 어려운 안정환의 성장 과정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씨는 이번 인터뷰가 또 다른 오해를 낳지 않기를 거듭 바랐다.
이혜원씨와의 인터뷰는 오랜 설득 끝에 이뤄졌다. 남편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과 관련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했던 것. 가볍게 결혼생활 이야기나 나누자며 시작된 인터뷰가 결국엔 그동안 안정환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는 순서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씨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일본에서 귀국할 때 입고 들어온 하늘색 밍크코트를 놓고 ‘시어머니는 구치소에 있는데 며느리는 명품 밍크코트를 두르고 다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한 심정을 먼저 열어 보였다.
“지금은 제가 많이 경솔했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공인이면 아내도 여러 가지 면에서 행동을 조심하고 신중했어야 하는데 제 옷차림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바람에 오빠(안정환)한테 굉장히 미안했어요.”
오히려 안정환은 아내를 감싸고 위로하며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이씨는 처음 겪는 일로 인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도쿄 한·일전에서 ‘비밀 문신’을 선보였던 안정환의 골 세리머니를 화제에 올렸다. 당시 이씨는 안정환의 개인 홈페이지에 ‘남편의 문신을 예쁘게 봐달라’며 애교성 멘트를 날렸다. 알고 보니 홈페이지에 글 올리기를 주저했던 이씨가 급박하게 메시지를 남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숨어 있었다.
“인터넷에 ‘군대 안 가려고 문신했다’는 글이 나돌더라고요. 오빠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대신 해명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문신을 하게 된 사연을 올렸는데 진짜 사연은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사연은 무엇일까.
올해 초 안정환은 어머니 안혜령씨가 구치소에 수감되고 그후 연일 어머니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가장 미안하고 가슴 아파했던 대상이 아내 이씨.
하루는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데 안정환이 자신의 불우하고 처절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씨에게 안정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도 인간이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혜원이가 (엄마를) 이해해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한국에서 오빠에 대한 기사(가정사)가 나오는 날은 정말 힘든 하루가 됐어요. 운동 갔다 오면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아요. 혼자서 끙끙대며 참아내려고 애쓰는 오빠를 보면 정말 불쌍했어요. 오빤 축구선수 안정환이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가족사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걸 무척 견디기 힘들어했어요. 한국에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말할 정도였죠.”
이씨는 가끔 한국에 들어와 친구를 만날 때마다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가 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창피하거나 기죽지는 않았다고 한다.
“제가 살아온 환경을 잘 아는 친구들은 많이 놀라워해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오빠와의 사랑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오빠랑 나랑은 살아온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요. 오빠를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위기를 겪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전 남편보다 한 남자로서 오빠가 너무 불쌍해요. 그건 제 자존심이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예요.”
이씨는 자신의 친오빠와 안정환을 비교하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친오빠와 오빠의 나이가 같아요. 그런데 자라온 생활을 비교해보면 너무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무당들이 굿하는 데 가서 떡을 얻어먹고 배추밭에 가서 배추 밑둥을 씹어먹었다는 소리에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렇게 배고팠으면 그때 우리집에 놀러오지 그랬어’라고.”
최근에 터진 안정환의 출생과 관련된 보도는 이씨 입장에선 ‘핵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안정환은 아내한테조차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려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 문제가 안정되면 아내에게 모든 걸 털어놓으려고 했었는데 어머니가 옥중에서 책을 준비하고 있고 출소 후엔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기자들의 관심이 안씨가 쓸 책 내용에 쏠리자 안정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막상 오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지자 우린 굉장히 덤덤해졌어요. 뭐랄까. 한편으론 속이 후련하기도 했고요. 사실 그동안 그 문제가 알려질까봐 노심초사했었는데 이젠 더 이상 안달복달할 일이 없어진 거예요. 오빤 또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오빠가 미안할 일이 아니잖아요.
설령 오빠가 안정환이 아니라 김정환이라고 해서 제 남편이 아니거나 제가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그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오빠가 웃으면서, 아니 속으론 울었을 거예요. ‘혜원아, 내가 정말 김정환이니?’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이씨는 ‘그라운드를 벗어난,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난 곳에서의 안정환은 어떤 이미지냐’는 물음에 “기자분이 아는 안정환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굉장히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저한테 무척 솔직하다는 것, 그 점이 오빠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집안 문제만 아니라면 언제나 활짝 웃고 마음껏 기뻐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정말 안타까워요. 요즘 우리 부부는 한창 잘 나갈 때, 매스컴에서 붕붕 띄워줄 때, 그 반대되는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요. 매번 그랬었거든요. 오빠의 인생이. 오늘 해가 뜨면, 내일은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마냥 기뻐하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