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섭 | ||
여기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김병현의 ‘새 출발’도 흥미만점의 관전 포인트. 게다가 새미 소사를 제치고 시카고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한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얼마 전 경기에서 보여준 ‘기절 투혼’으로 미국 팬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주며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코리안들의 공통점이라면 한국인 에이전트 또는 매니저를 두고 외롭고 고된 메이저리거 생활을 감내한다는 것. 따라서 에이전트나 매니저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한테 누구보다 가깝고 친밀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친형’과 다름없다. 이들 메이저리거와 에이전트(매니저)들이 눈물과 웃음으로 엮어온 내밀한 사연을 들춰봤다.
“(최)희섭이랑 계약을 맺을 땐 많이들 비웃었어요. 투수도 아니고 타자였고, 더욱이 한국 출신의 타자라는 사실이 다른 에이전트가 보기엔 ‘쓰잘데기 없는 짓’이나 다름없었죠. 에이전트들 중엔 희섭이가 더블A에서만 활동해도 ‘손에 장을 지진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최희섭의 ‘오늘’을 있게 만든 주인공인 에이전트 이치훈씨는 최희섭과 처음 인연을 맺고 미국으로 데려오기까지 쏟아졌던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을 ‘완화해서’ 설명했다.
한국인 ‘파워 히터’가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고, 더욱이 타자 출신의 메이저리그 성공기가 전무했던 상태라 이씨 주변에선 그의 선택을 ‘실패한 판단’이라고 폄훼했던 것.
그러나 최희섭은 새미 소사의 ‘그늘’에서 어느새 탈피했고 시카고 컵스의 새로운 ‘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희섭이는 에이전트 입장에서 관리하기 편한 선수예요. 정도에서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거든요. 메이저리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자신이 정한 규율대로 생활해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죠. 미국 야구를 조금 아는 제 입장에선 희섭이가 슬럼프를 겪을 때 야구와 관련된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을 거예요.”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서재응(26). 그의 통역과 국내 미디어 담당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대니얼 김으로 뉴욕 메츠 소속 직원이다. 대니얼 김은 서재응이 뉴욕 메츠에 입단하기 전부터 메츠와 인연을 맺었던 마케팅회사의 직원이었다.
뉴욕 메츠를 고객으로 상대하며 일을 진행하다 서재응이 입단하게 되면서 메츠의 한국 미디어 담당을 맡았고 결국엔 서재응의 통역을 도와주면서 메츠 직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 김병현 | ||
대니얼 김은 처음엔 서재응의 통역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병현과도 친분을 나누게 되었고 김병현이 뉴욕으로 원정 경기를 올 때는 모든 일정을 돌봐주면서 막역한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는 김병현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명작’이라고 치켜세웠다. 비록 지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의 홈런 악몽은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김병현 만큼의 성적과 경력을 쌓기란 메이저리그에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김병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병현이의 장점이자 단점은 자신을 절대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비싼 데 가서 저녁을 먹을 만한 능력이 되면서도 아는 형들과 만화방에 가서 자장면을 시켜 놓고 만화 보는 걸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죠. 겉멋이 없는 스타일인데 가끔은 그런 심플함이 미디어와의 관계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전혀 개의치 않는 비범함이 인상적이에요.”
대니얼 김은 서재응에 대해서는 “부상과 재활의 가시밭길을 딛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가도를 향해 달리는 신예”라고 평가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받을 때만 해도 재응이는 절망적이었어요. 특히 나이가 적지 않아 더욱 초조할 수밖에 없었죠. 글러브와 야구공이 없는 제 집에서 야구를 잊고 평범한 생활을 하며 보낸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재응이는 단 1초도 야구를 잊지 않았어요. 솔직히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재응이한테 이런 날이 오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대니얼 김은 김병현이 터프하고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평범한’ 삶을 동경한다면 서재응은 에너지가 많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녀 매스컴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