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쿠엘류 감독 체제 1백일에 대한 평가는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한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프레임으로 분출되고 있다.
특히 2002한·일월드컵 1주년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쿠엘류 감독 자체에 대한 평가 못지 않게 그동안 잠잠했던 히딩크 감독과 쿠엘류 감독과의 ‘비교 전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월드컵 4강의 대위업을 이룬 ‘영웅’과 그 바통을 이어받은 또 다른 이방인 사령탑의 부임 1백일이 각각 어떠했는지 되돌아봤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자신과 코드가 일치하는 ‘책사’들을 불러 원칙을 세워 놓고 2001년 1월10일 울산 첫 소집 훈련부터 그대로 밀고 나갔다.
반면 쿠엘류 감독은 3월 취임 이후 협회, 기술위원회, 국내 축구계 인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대표팀 운영의 방향타를 잡았다. 그는 히딩크 감독 때처럼 큰 변화를 모색하지 않았다.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한 쿠엘류 감독은 기존 월드컵 대표팀 운영 방식을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필요한 만큼만 한국에 접근했던 히딩크 감독과는 달리 그가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와 축구에 관심을 표방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또한 구단과 언론 등 직접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집단을 상대함에 있어서 TV해설가 출신다운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으름장을 늘어놓기보다는 여유롭게 포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위기 탈출법도 차이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약삭빠른 두뇌와 순발력으로 순간 순간 위기를 모면했다면 쿠엘류 감독은 직접 당사자와 만나 스스로를 낮추며 돌파구를 찾았다.
2001년 4월 이란에서 개최된 LG 4개국 친선대회를 앞두고 황선홍, 고종수, 이임생 등의 부상 선수가 생겼을 때의 일. 히딩크 감독은 보강 선수를 합류시키려 하다 일부 프로 구단과 마찰을 빚자 부랴부랴 각 구단 감독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당시 프로팀 감독과의 약속시간을 한 시간이나 어기는 등 고압적 자세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쿠엘류 감독 역시 동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일부 구단의 선수 차출 거부로 곤욕을 치렀으나 히딩크 감독과는 정반대의 처세술을 발휘해 각 구단 감독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성남, 수원, 안양 구단에 머리를 숙이면서 직접 방문해 오해를 풀었던 것이다.
부임 초부터 개인기를 강조하는 쿠엘류 감독의 트렌드 또한 기술보다는 공수의 균형 유지와 체력, 전술적인 조직력 극대화에 중점을 뒀던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쿠엘류 감독은 ‘주어진 상황과 조건이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통분모도 많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1백일간의 A매치 성적표가 두 감독 모두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 히딩크 감독이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컵과 2월 두바이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해 1승 2무 2패의 성적을 거뒀고 쿠엘류 감독은 올해 3월29일 콜롬비아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다만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차원이었던 히딩크 감독보다는 월드컵 4강 주역들로, 그것도 홈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면서도 1승밖에 올리지 못한 쿠엘류 감독을 비난하는 강도가 예상외로 거세다.
우루과이전 이후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이 나돈 데다 선수들의 개인기량 향상으로 전술 운용폭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한다는 축구인들의 강한 질책이 이어져 약간은 위축된 모습이다.
믿기지 않는 대패배 후 포백 수비 라인을 스리백으로 전환시킨 점 역시 두 감독이 비슷하다. 히딩크 감독은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한 뒤 멕시코와 호주전에선 스리백으로 나섰으며 이후 다시 포백을 실험했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엔 월드컵까지 스리백을 고수했다. 쿠엘류 감독도 6월8일 우루과이전 0-2 패배 후 아르헨티나전에선 스리백으로 수비 포메이션 변화를 줬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의 부임 후 1백일이 국내 축구계에 충격을 준 것은 자신과 견해가 일치하는 측근들과 함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자기 것으로 소화했기 때문”이라며 “쿠엘류 감독이 앞으로 코치와 기술위원회, 국내 인사들의 조언을 받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쿠엘류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