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혁 | ||
‘이 선수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전제를 바탕으로 한 개런티 형식의 연봉책정이 이뤄지다 보니, 구단 입장에선 선수가 부상이나 슬럼프로 미미한 활약을 펼칠 경우 ‘본전’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일명 옵션 계약.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면 돈을 추가로 받는다’는 식의 플러스 옵션뿐만 아니라 ‘성적을 못 내면 약속한 돈을 깎는다’는 마이너스 옵션까지 등장했다. 옵션 계약의 명암을 따라가 봤다.
2001년 양준혁은 92타점과 타율 0.355라는 개인 통산 최고타율을 기록하며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그 이후 바로 FA 자격을 얻었던 양준혁은 삼성과 4년간 총 27억2천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옵션이라는 복잡한 단서가 걸려 있었다.
알려진 계약 조건은 4년간 계약금 10억원에 연봉 3억3천만원 등 모두 23억2천만원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성적에 따라 웃거나 울 수도 있는 항목들이 있었는데, 플러스 옵션의 내용은 한 시즌 1백경기 이상 출장, 시즌 타율 0.305이상, 시즌 80타점 이상 등을 모두 충족할 경우 1억원씩을 추가 보너스로 받기로 하는 것이었다.
반면 마이너스옵션의 내용은 규정타석 미달시 매년 5천만원씩 반납하되 한 시즌 90경기 미만 출장, 타율 0.270 미만, 시즌 60타점 미만 등 3개의 항목 중 한 가지만 해당 사항이 있어도 연봉을 1억원씩 삭감한다는 것.
이 조건대로라면 양준혁은 4년 동안 최대 27억2천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17억2천만원밖에 챙기지 못하게 되는 것. 모두 10억원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는 대형 옵션을 내건 셈이었다.
삼성으로 새 둥지를 튼 양준혁의 지난해 성적은 1백32경기 출장, 타율 0.276, 50타점이었는데 타점과 타율이 계약 조건에 미치지 못해 1억원의 보너스를 놓쳤다. 되레 저조한 타점으로 인해 구단측에 1억원을 토해내야 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인한 구단측의 배려로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
올 시즌 59경기를 치른 현재 양준혁은 전 경기 출전에 0.326의 타율과 34타점을 기록중이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역시 타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너스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홍보팀 박덕주 과장은 양준혁의 옵션계약에 대해 “구단측의 ‘안전장치’라고 보면 된다. 계약 전 세부항목으로 나눠 선수와 충분히 의사교환을 하고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느 쪽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서 “자칫 위화감 조성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샤샤 | ||
결국 계약은 대폭 완화되어 규정타석 출전에 타율 0.280, 50타점으로 낮춰졌지만 현재 박정태는 2군을 들락거리는 바람에 옵션 5천만원을 잃을 형편이다.
한편 옵션계약으로 인해 대박을 터뜨린 선수는 프로축구 성남의 샤샤다. 샤샤가 수원 삼성에서 성남 일화로 이적하며 계약을 맺을 당시 3년 계약에 연봉 24만달러를 받되 2년 후, 팀이 우승했을 경우에는 외국 선수 중 최고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한 것이 샤샤한테 선물을 안겨준 것.
성남의 김영진 부단장은 “지난해 다른 팀에서 용병을 데려오며 몸값을 부풀리는 바람에 샤샤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갔다”면서 “용병 중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내용만 아니었더라면 30만달러를 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 문구 때문에 35만5천달러(약 4억3천만원)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워했다.
프로농구 TG의 전창진 감독도 옵션계약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지난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연봉 1억2천만원에 옵션 보너스로 4천만원을 덤으로 받았다. 전 감독이 구단과 맺은 옵션 계약에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 4강 진출, 챔프전 진출, 우승시 각 1천만원씩 4천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던 것.
전 감독은 이런 옵션 계약에 대해 “이기면 이길수록 금전적 혜택이 뒤따라 좋지만 더 기쁜 건 성취감 같은 게 아니겠느냐”며 옵션 계약의 장점을 설명했다. 덧붙여 전 감독은 “그래도 옵션 없는 안정된 연봉이 훨씬 더 좋다”고 털어놨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