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 | ||
이천수는 자유분방한 성격에서 나오는 편한 멘트가 아니라 매스컴을 의식한 계획된 멘트를 날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도 축구팬들을 의식한 발언을 해서 역시 ‘천수답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만약 이천수가 수원 삼성이나 안양 LG 소속이었어도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No’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나온 대학을 살짝 다니다 말았고 내가 잘 아는 축구인들한테 물어본 결과 그냥 ‘당돌한 아이’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한일 월드컵에 함께 출전했던 몇몇 선수들도 이천수하면 양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였다.
유명 축구 선수 A씨한테 ‘이천수가 축구를 잘하냐’고 물어봤다. 대답이 ‘진짜 잘하는 축구’란다. 그 이유는 동료 선수들이 어시스트를 해주길 싫어하는데 골을 잘 터트리는 걸 보면 분명 잘하는 축구란다. 그의 얘기대로라면 동료들이 어시스트를 잘 안해주는 이유는 말 안해도 뻔하다.
작년에 내가 출연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와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저 재미있고 축구 잘하는 선수로만 생각했었는데 통화를 하는 도중에 하도 건방을 떨어서 중간에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신문 기사에서 그의 선배들이 언행에 신중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전하곤 했는데도 신중은커녕 ‘파문’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는 작년 월드컵 때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 프로야구 선수들이 페이스 페인팅까지 하고 거리로 나가 악을 쓰며 응원했던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이승엽이 프로축구 대구FC가 창단하기 전 시민주 공모를 할 때 계좌를 개설한 것도 알아야 한다. 더욱이 프로야구 8개 구단 선수들이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숙소 화재 참사로 사망한 9명의 어린 선수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헬멧에다 숫자 ‘9’를 적어놓은 사실도 알아야 한다. 프로축구단 유니폼에 숫자 9를 새기고 뛰는 팀이 한 팀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주에 휴대폰이 부서질 정도로 많은 전화를 받았다. 야구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들 있는 대로 열이 받아서 어떻게 해서든 이천수를 혼내주라고 성화였다. 나보고 시원하게 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박성(?) 멘트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이병훈의 와일드 피칭’의 안녕을 위해 과감하게 펜을 들었다.
때로 거침없다는 게 젊음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데도 거침없어서는 곤란하다. 이 글로 인해 축구팬들의 오해가 없길 바라고 야구팬들의 열이 조금은 식길 바란다. 진짜 더운 여름이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