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작하자마자 삼천 며느리 얻었다
개그맨 이휘재가 데뷔 23년 만에 처음 지상파 방송사가 수여하는 연예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감격에 차 꺼낸 말이다. 2015년 KBS 연예대상을 차지한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대상은 전적으로 내 아들들 덕분”이라며 “모든 영광을 아들 서언, 서준에게 돌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정우는 영화 <암살>로 1200만 흥행 성적을 거둔 직후 아버지 김용건에게 2억 원대 슈퍼카 벤틀리를 선물했다.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김용건은 아들 덕분에 10~20대 여성 팬들의 전폭적 응원을 받고 있다.
1992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몰래 카메라’로 데뷔한 이휘재는 그동안 인기 방송인으로 꾸준히 활약했지만 유독 연예대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데뷔 초에는 이경규, 김국진 등 선배들에 가려졌고 이후에는 유재석, 강호동이 만든 굳건한 투톱 체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휘재 역시 “7년 전부터는 내가 가진 깜냥으로 절대 연예대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면서 어느 정도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반전’은 2013년 쌍둥이 아들을 얻으면서 시작됐다.
이휘재는 두 아들을 얻은 그 해부터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자신의 육아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공개해왔다. 타블로, 엄태웅 등 다른 출연자들이 하차할 때도 이휘재는 자리를 지켰고 ‘터줏대감’ 역할까지 맡아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다. 현재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5~16%의 시청률을 유지, 여전히 KBS 효자 예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휘재에게 쌍둥이 아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지 모를 기록이다. 대상 수상 직후 이휘재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 역시 이휘재의 두 아들이다.
이휘재 외에도 자식을 잘 둔 덕분에 그 후광효과를 누리는 부모 연예인은 많다. 최근 육아를 소재로 하는 TV프로그램이 증가함에 따라 어린 자녀들이 얻는 인기의 아우라를 함께 받는 부모 연예인도 나오고 있다. 배우 송일국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개인적인 성향은 물론 일상생활의 모습까지도 철저하게 감추고 살아왔던 그는 2014년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인생에 결정적인 변화를 맞았다. 대한, 민국, 만세라는 이름을 가진 세 쌍둥이(삼둥이) 아들과 건강하게 삶을 꾸리는 모습이 매주 일요일 저녁에 시청자에게 공개되면서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더불어 배우로서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왼쪽부터 아들과 함께 인생의 ‘반전’을 이룬 스타 이휘재, 송일국, 김구라.
사실 세쌍둥이 아들을 공개하지 전까지 송일국은 적지 않은 부침을 겪던 참이었다. 2009년 출연한 <바람의 나라>를 끝으로 이후 <강력반> <발효가족> 등의 드라마가 연달아 부진했다. 또한 결혼 과정에서도 일부 취재진과 벌인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에 타격까지 입었다. 하지만 세쌍둥이 아들이 등장하면서 송일국을 둘러싼 부정적인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TV뿐 아니라 광고까지 섭렵하더니, 새해에는 KBS 1TV 대하사극 <장영실>의 주연까지 맡았다.
주목받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송일국의 마음도 이휘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최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세쌍둥이 아들 덕분에 내 성격이 예전보다 많이 유연해졌다”며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들들로 인해 만들어진 친근한 이미지가 고맙지만, 그 이미지가 연기하는 데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장영실>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송일국은 조선시대 노비 출신의 과학자 장영실을 연기한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 그려지는 실존인물인 만큼 기대가 높다.
자녀들의 활약 덕에 덩달아 주목받는 부모 연예인이 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분야에서 단연 첫 손에 꼽히는 스타는 배우 김용건이다. 잘 키운 아들 한 명 덕에 남부럽지 않은 노후까지 보내는 행운의 주인공이다. 김용건의 아들은 배우 하정우이다.
하정우는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면서 ‘유명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스스로 거부했다. 본명인 김성훈 대신, 하정우라는 예명을 선택하면서까지 아버지의 존재를 숨겼다. 그렇게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하정우는 한국 영화계가 가장 욕심내는 캐스팅 1순위의 스타가 됐다. 찾는 곳이 많은 만큼 몸값도 높다. 그렇게 번 돈을 아버지를 위해 아낌없이 쓰는 ‘통 큰’ 아들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7월에 영화 <암살>로 1200만 흥행 성적을 거둔 직후 김용건에게 최고급 승용차 벤틀리를 선물했다. 해당 차종 가격은 약 2억 원대다. 하정우는 김용건이 오래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눈여겨봐 오다, 영화 흥행으로 보너스를 받자 그 돈을 아버지의 선물을 사는 데 썼다.
그런가하면 방송인 김구라는 ‘위기’마다 ‘아들 덕’을 본 아주 특별한 경우다. 데뷔 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존재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 동현 군이다. 아빠의 단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다가도, 결정적일 때는 아빠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김구라의 이미지를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바꿔놓는 데 영향을 끼쳤다.
동현 군의 활약은 최근까지도 이어진다. 김구라가 ‘부성애’를 상징하는 연예인으로 인정받는 배경 역시 아들에 있다. 지난해 아내와 이혼한 김구라는 부부의 결별이 아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최소하겠다고 대중 앞에서 약속했고, 아들의 존재를 여러 TV프로그램에서 친근하게 언급하면서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까지 보인다. 최근 ‘MC 그리’라는 예명을 쓰며 힙합 가수로 활동하는 동현 군에 대한 정보를 자신의 출연 프로그램에서 쉴 새 없이 늘어놓은 탓에 ‘아들 바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제 누구도 김구라를 ‘비호감 연예인’으로 보지 않는다. 아들과 벌이는 ‘콤비 플레이’의 힘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