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이천수가 레알 소시에다드 입단 서명을 했다. 뉴시스 | ||
특히 그동안 해외파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많다는 의혹이 있던 터라 이천수의 진짜 몸값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던 것. 과연 ‘대외용’ 몸값이 따로 있는 걸까. 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이적료(또는 임대료)와 실제 받는 연봉이 ‘발표’된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다.
먼저 이천수와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의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3년 계약에 이적료 3백50만달러(약 42억원·세후) 연봉 50만달러(약 6억원·세후)로 1년 연장계약을 옵션으로 명시했다. 어느 스포츠 신문에선 약 40%인 스페인 소득세를 감안해서 이천수가 4년간 뛸 경우 약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를 받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이것은 관심을 끌기 위한 ‘뻥튀기’ 기사에 가깝다.
유럽 사정에 정통한 한 국내 에이전트는 이천수의 이적료는 6개월마다 1백만달러, 75만달러, 1백만달러, 75만달러로 나눠서 받게 되고 실제로 이천수가 챙기는 연봉은 50만달러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해 줬다. 그리고 이적료엔 TV중계권, 아시아 투어(울산 현대와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친선 경기) 비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실제 ‘몸값’은 2백만달러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
울산 현대측에 확인한 결과 오규상 부단장은 “6개월 분기별로 나눠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천수의 연봉은 35만달러가 기본급이다. 나머지 17만달러가 보너스 형식으로 지급되는데 웬만큼만 하면 그 액수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단장은 보너스 형식인 17만달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길 꺼려했다. 즉 보너스의 용도가 승률에 따라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리그에서 우승했을 때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 경기 출장했을 때에만 받게 되는 돈인지 알 수가 없는 것.
오 부단장은 이천수의 높은 몸값에 대해 “유럽 사람들은 철저한 장사꾼들이다. 스포츠 용품이나 중계권들을 팔아 선수의 몸값을 충당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아마도 선수를 키워 다른 팀에 팔아 수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박지성(왼쪽), 유상철 | ||
즉 유럽엔 이적료는 있어도 계약금이란 것 자체가 없다는 것. 그래서 이적료가 없는 박지성한테 사이닝 보너스 형식의 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오는 8월부터 나눠받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1년6개월 동안 6개월마다 50%, 25%, 25%의 방식으로 모든 계약금을 받을 경우 약 16억원 정도가 박지성의 통장으로 들어온다고.
월드컵 직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진출한 송종국(24)은 5년간 이적료 4백만달러, 연봉 40만달러에 계약하며 역대 해외진출 선수 중 가장 높은 몸값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적료 4백만달러에는 세금이라는 ‘거품’이 포함돼 있다.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 이적료는 2백56만달러이기 때문.
또한 송종국의 연봉인 40만달러도 세금을 포함한 액수라 실질적인 연봉은 예상 외로 적다는 게 부산측의 설명.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당이 다른 구단에 비해 높은 편이라 좋은 성적을 냈을 경우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연봉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삼기 위해 J리그로 재입성한 유상철(32·요코하마 마리노스)도 몸값과 관련해서 말못할 속사정을 안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 직후 가시와 레이솔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다가 유럽 진출을 위해 서둘러 팀을 떠나 올 때 유상철의 에이전트인 이반스포츠의 이영중씨는 가시와측에 50만달러의 몸값을 물어줘야 했다. 가시와에서 유상철을 유럽으로 데려가려면 이적료 50만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이씨는 50만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유상철에 대한 ‘소유권’을 샀던 것. 그러나 유상철은 유럽 진출에 실패하고 오갈 데 없는 무적 선수로 지내다 뒤늦게 친정팀인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과정에서 유상철측에선 이씨가 지급했다는 50만달러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즉 에이전트가 자비로 돈을 내놓기엔 6억원이란 액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유상철의 어머니는 “이영중씨가 워낙 강하게 주장해서 그렇게 믿으려고 했지만 상철이가 결국 울산 현대로 들어가게 되자 마치 어떤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지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며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 현대의 오규상 부단장은 “상철이를 영입하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영중씨가 유상철의 소유권을 산 것은 사실이고 우린 유상철을 영입하며 이씨한테 35만달러의 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이번 요코하마행에서 나온 이적료 50만달러는 누구한테 돌아가게 될까. 오 부단장은 “50만달러의 이적료를 이쪽(구단)에서 다 받았다. 이씨한테 준 35만달러와 유상철이 울산에 입단했을 때 격려금으로 지급한 2억원을 되돌려받은 셈이다”고 밝혔다. 참고로 유상철이 요코하마에서 받는 연봉은 70만달러(약 8억4천만원·세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