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권투, 킥복싱, 태권도, 레슬링, 유도, 브라질무술, 태껸, 합기도, 무에타이 등 제한을 두지 않는 이종격투기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면서 ‘잊혀진 여인들’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빼어난 미모와 몸매에다 입담과 끼로 중무장하고 4각의 링으로 돌아온 ‘라운드 걸’들을 만나봤다.
지난 8월 열린 국내 최고의 이종격투기 대회인 스피릿MC에서는 ‘스피릿 엔젤’이라는 6명의 전문 라운드 걸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까다로운 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된 그들은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능력의 소유자들.
170cm 이상의 키에 ‘쭉쭉빵빵’ 몸매는 기본. 미인대회 수상자, 레이싱 걸, 리포터, 패션 모델, 치어리더, 잡지 모델 등으로 다져진 화려한 경력은 뜨거운 조명과 과감한 노출에 대한 부담을 잠재운다.
레이싱 걸과 잡지모델 경력을 갖고 있는 김현아씨(22·170cm, 52kg)는 “튀는 게 좋다. 맘껏 보여주고 싶다. ‘라운드 걸입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터지는 환호와 박수 소리를 사랑한다”며 더 많은 끼를 발산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여자, 강혜미씨(24·171cm, 53kg)도 라운드 걸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행복한 여자’라는 말로 대만족감을 표시한다. “기회가 된다면 특기인 트럼본으로 시합 전 애국가를 연주해 보고 싶다. 기존 라운드 걸과는 확실히 다른 테마가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
패션쇼와 웨딩쇼 등 다양한 무대경험을 갖고 있는 김혜진씨(21·173cm, 50kg)는 “당차 보이는 여성상과 웃을 때 좋은 이미지를 함께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격렬한 라운드가 끝나고 현장을 식히는 역할이 라운드 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기름에 불을 붓는다고 할 정도로 오히려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박계영씨(23·170cm, 48kg)는 “제1회 대회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한마디로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예찬론을 폈다.
박씨는 2000평택아가씨 진, 2001미스인천 4위, 2003레이싱퀸 한국타이어 전속모델 등에 뽑힐 만큼 상당한 미모를 자랑한다.
김현아씨도 “시원시원하게 싸우는 게 너무 보기 좋다”며 이종격투기의 박진감에 박수를 보냈다. 한편 강혜미씨는 “스포츠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선수들이 부상으로 너무 아플 것 같아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종 격투기의 마스코트로 새롭게 태어난 라운드 걸은 경기장을 찾는 남성들로부터 줄곧 작업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팬들뿐만 아니라 참가 선수들까지 라운드 걸과의 ‘인연 만들기’를 꾀한다는 것.
지난 스피릿 MC대회에선 한 선수가 1라운드에서 KO승을 거두고 내려왔는데 대기실에서 중계화면을 보다 연장전까지 가면 늘씬한 라운드 걸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
남자들이 가장 많이 걸어오는 작업 수법은 ‘전화번호 요구’. 실패율은 100%다. 그 다음이 ‘사진 한 장 같이 찍자’는 부탁이다. ‘기획사 매니저’라는 명함으로 적극적인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는데 명함을 건네주는 걸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라운드 걸들은 이런 집요한 작업을 어떻게 차단할까. 전화번호 요구에 대해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미소 작전이다. 환하게 웃는 미소와 함께 선수들에게는 ‘많이 힘드셨죠’ ‘다음 기회에요’라는 말을, 팬들에게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인사를 남기면 대부분은 매너 있게 포기한다고.
사진촬영 요청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거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진촬영을 하면서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특급기밀입니다’ ‘국정원에 물어보세요’라는 답으로 재치 있게 넘긴다. 하지만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경우에는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물론 가짜 번호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