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존엄 흔드는 ‘어르신’들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공개한 김정은의 수소탄 실험 관련 수표(서명) 장면. 연합뉴스
지난 몇 년간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 대해 주시한 결과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1인 독재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북한 내 핵심고위층 내 갈등은 심해져 가고 있다. 더불어 몇 개의 세력화가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보고들이 2013년 장성택 숙청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적지 않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허나 필자가 아래에 열거하는 사실들은 나름대로 중복적으로 확인된 자료들에 기초한 해석이라고 특별히 언급하고 싶다.
대다수의 시각과 최근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분석으로는 앞서의 지도자들처럼 김정은이 북한의 모든 정치·경제·군사 분야를 비롯한 전 체제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김정은 역시 앞서의 김일성, 김정일 1인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허나 현재 북한 내 주요 의사결정들은 표면적으로 김정은이 좌지우지하고 결론짓는 것 같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누군가가 핵심이다.
하여 필자는 지속적으로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 내부 사정에 대해 심도있게 추적·조사해 봤다. 그 결과 북한은 현재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르신들에 의해 조정된다’는 정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어르신들은 누구일까.
구체적으로 현재 김정은의 북한정권 내 핵심권력 세력은 4분 5열로 분열되어 있다. 즉, 주요 권력을 가진 핵심고위층의 대표주자들에 의해 조성된 각 세력들은 정권 내 권력과 각자의 이익을 위한 갈등적 구조에 서있다. 이들의 서로 다른 이익과 견해로 분파적인 활동이 조심스럽게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세한 사정들과 실제 자료들을 두루 설명하면 좋겠지만, 보안상 여기서는 대략적으로 언급한다.
왼쪽부터 김설송, 오극렬, 김원홍, 최룡해, 고 장성택.
그 실체는 다음과 같다. 대략적인 형세와 영향력 순으로 나열하자면 김설송 세력, 김원홍 세력, 오극렬 세력, 최룡해 세력, 장성택 잔여세력 등으로 볼 수 있다.
첫째 김설송 세력은 김정은 정권을 실제로 지탱하는 핵심세력이다. 이들은 김설송의 지위(중앙당 조직비서 및 조직지도부장)를 이용하여 북한 김 씨 로열패밀리들(김여정과 김정철 및 김춘송과 일부 봉화조까지 가세. 봉화조는 북한판 태자당으로 일컬어지며 핵심 고위층 2~3세 자제들의 신진세력임)과 중앙당 조직지도부(김경옥 군사담당 제1부부장과 조연준 본부담당 제1부부장), 군 총정치국 내 주요 세력(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조경철 군 보위국장)까지 한 울타리에서 동조하고 있다.
둘째 김원홍 세력은 김정은 정권을 안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기본적으로 김원홍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주요 국장급 이상의 안보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들 중 최근 김창섭 국가안전보위부 정치국장(대장) 대신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특진된 림종추 현 정치국장까지 김원홍 측근이라는 말이 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김원홍의 ‘친위대’인 셈이다. 신빙성 있는 소식통은 최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필두로 국가안전보위부 핵심세력들은 김정은의 최측근에서 김설송 세력에 편승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하고 있다. 즉, 누이 김설송 세력과 오른팔 격인 김원홍 세력은 현재 김정은 정권의 마지막 ‘양발’ 지지대인 셈이다.
셋째 오극렬 세력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군부를 대표하는 세력이다. 기존 군 작전 및 정보 세력들인 야전형 군사지휘관들을 비롯하여 당중앙위원회 산하에 있던 대남 및 해외정보기관들 내 중견간부들을 중심(현재 정찰총국과 통전부 포함)으로 이루어졌고, 당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틀어쥐고 있다. 이에 소위 김정일 시대 김일성의 친솔부대 빨치산 투사의 후예들이 합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소위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이들의 파워는 급속히 자라 현영철의 즉결처리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김정은과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을 오중흡(북한의 대표적인 항일빨치산 전사) 7연대정신으로 옹호 보위 한다!”는 구호 밑에 여러 가지 권익(수익)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최룡해 세력은 한마디로 테크노크라트적인 성격을 가진 세력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최룡해가 청년동맹 제1비서로 있을 당시 최측근들을 중심으로 북한 각 분야 정치 및 행정조직들에 포진해 있는 핵심엘리트들이다. 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핵심엘리트들로서 소위 ‘봉화조’라는 핵심조직 내 일부 인물들도 최룡해 세력과도 합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은 현재의 상황인식으로 ‘북한은 희망이 없다’는 데에 동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 씨 정권을 교체하고 북한을 개혁·개방하여 선진국으로 나가고 있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중진후발국들의 모델을 북한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추켜들고 있다. 그 정도로 북한 내에선 급진적인 세력으로 보인다. 최근 최룡해의 부침은 이러한 이유와 연관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다섯째 장성택 잔여 세력들은 대부분 북한 내각 무역기관과 중앙당 국제부를 중심으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내 척결된 50대 후반부터 60대 중후반의 기존 실력파들이다. 이들은 장성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었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한 배경 탓에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세력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김경희 퇴장을 기점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해 가장 악의를 드러내려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아마도 2014년 5월경 국가안전보위부 내 삐라사건의 주모자일 가능성도 존재한다(1234호 기사 참조).
마지막으로 이외에도 일부 김정은 정권 내에서 딴 꿈을 꾸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른바 군소세력이다. 이러한 세력들은 소위 ‘○인회 세력’ 따위로 불린다. 이들은 군 보위국(기존 보위사령부),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내 크고 작은 카르텔을 이루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아닌 앞서 이러한 분파들이 나름의 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의사결정 과정 및 일선 권익(수익)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한계를 의미한다. 최고지도자로서 김정은은 김정일이 넘겨준 북한 체제를 제대로 장악할 만한 수준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김정은 주변 최측근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김정은은 나름의 위기를 극복하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핵심 고위급들에 대해 부단한 숙청과 해임 및 실격을 일삼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정권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김정은은 사실 앞에서 언급한 세력들의 수장들이나 주요 세력들 내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점점 ‘종이 호랑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사실상 주변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경제문제의 심각성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가증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점점 줄어드는 경제적 이익들을 나누어 생존할 수밖에 없는 핵심권력계층 내 분파적 행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이런 경향으로 인해 북한 핵심고위급 내에서는 이미 올해가 ‘김 씨 정권의 마지노선’이라는 견해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에게 맹목적 및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핵심고위층 간부들은 이 세력들의 견제와 통제 및 암해로 철저하게 ‘토사구팽’ 당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신이었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이다.
물론 이러한 견해가 조금 극단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체제 내부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통치시간에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북한체제의 냉정한 현실이다. 따라서 2016년 북한과 김정은 정권은 급진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1월 6일 북한이 공식화한 4차 핵실험은 북한 내에서 전략적 계산 밑에 진행됐다고 봐야한다. 그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앞서의 분파에 따른 체제불안이다. 내부 불안의 상황을 좀 더 유리하게 돌리기 위한 방안일 수 있다. 여기에 차후 5월에 진행될 제7차 당대회는 북한 내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된다. 그것이 긍정일지 부정일지 단언할 수 없지만 일종의 갈림길일 가능성이 높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사회 단면 보여주는 신조어 등장 “발 뒤꿈치 들구래” 북한에서도 시대를 반영하는 신조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북한에서 가장 유행했던 신조어는 무엇일까. 바로 이 말이다. “발뒤꿈치를 들구래.” 우리 표준어로 풀어 쓰면, ‘발뒤꿈치를 들어보시오’ 정도가 되겠다. 이 말은 상당히 해학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다. 한 마디로 ‘발뒤꿈치를 들어보면, 그 밑에 두둑하게 돈을 넣어주겠다’는 뜻이다. 이 신조어는 특히 승진과 수익사업을 꾀해야 하는 핵심 고위층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뇌물을 고여 놓다’라는 말이 좀 더 많이 통용됐다. 그러던 것이 부탁을 받고 뇌물을 받아 챙기는 고위층 인사들이 이를 신발 밑창에 숨겨 빼가면서 서서히 이 은유적 표현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흔히 북한에서 어려운 부탁을 하게 되면, 요즘 북한 사람들은 “발뒤꿈치를 들어주시면…”이라고 서두를 떼게 된다. 즉, 이 신조어는 북한 사회에서 팽배해지고 있는 ‘뇌물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라 하겠다. 실제 후진적 시장사회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한 북한 사회에서 ‘뇌물’은 하나의 관례화된 문화이자 경제적 토대가 되고 있다. [한] |
필자 이윤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