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과 30일의 잠실구장은 한마디로 ‘난리통’이었다. 국내 모든 방송사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여러 기자들이 파견됐고 신문사 기자들, 라디오 리포터들도 잔뜩 모였다. 여기에다 야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야구장을 찾은 공짜 손님들까지…. 하여간 잠실구장 중앙본부석 주변이 그토록 정신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6위 팀 홈 경기였고 그것도 정규시즌을 2경기 남겨놓은 상황에서 외야석 암표값이 원래의 5배까지 치솟을 정도로 관심을 끈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두가 이승엽의 56호 홈런 때문에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었다.
필자도 이틀 동안 무지 스트레스 받았다. 표를 구하지 못한 지인들이 야구장에 좀 들여보내 달라는 전화를 거의 1백여 통은 했을 거다. 그 중에 80명 정도는 거절했다. 들여보내준 20여 명 중 10명은 평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10명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라 홈런볼을 주워 한몫 챙기라는 의미로 외야석을 챙겨줬다.
그리고 이승엽한테 사인볼과 사인 방망이를 받아 달라는 사람들 또한 많았는데 사인볼은 어찌어찌해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방망이가 무슨 중국집에서 팍팍 주는 나무젓가락도 아니고 너무 쉽게들 얘기한다. 나도 이승엽한테 수십 개의 사인볼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승엽이 하룻동안 팬들한테 해주는 사인은 실로 엄청나다. 너무 많이 해서 타격에 지장이 있을 정도란다.
나뿐만 아니라 아군, 적군의 선수들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선수들도 이승엽한테 사인볼을 받아갔다. 심지어는 감독, 코치들까지 직원을 보내서 챙겨갔다. 이승엽이 대단한 것은 그 어떤 부탁에도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일일이 응해준다는 점이다.
이틀 동안 이승엽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첫날은 밤 11시가 넘어서 경기가 끝났다. 이유는 관중 난동 때문이다. 이승엽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 관중석에선 어김없이 오물이 투척된다. 그런데 웃기는 건 내야석에서는 단 1개의 물병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전부 외야석에서 날아온다. 이유는 평생 한번도 야구장에 온 적이 없는 사람이 한 건 하려고 왔다가 확률이 점점 줄어들자 열받아서 던진 것이다. 야구를 아는 사람은 투수가 승부를 하다가 볼넷을 허용했는지 무서워서 도망가다 고의적으로 허용했는지 ‘척 보면 앱니다’이다.
이제 56호 홈런으로 들끓었던 페넌트레이스는 모두 끝났다. 이승엽의 홈런에 대한 관심이 포스트시즌에도 줄곧 이어지길 바란다. 비록 돈의 가치는 매길 수 없겠지만 다른 타자들의 공도 뜰채로 열심히 잡아보자. 왜냐하면 뜰채도 내년부턴 단속 대상에 올라 야구장 반입이 금지된다니까.
야구 해설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