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수 코치가 삼성의 영입 철회 소식을 듣고 “농락당했다”며 심한 배신감을 나타냈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이 코치. | ||
이 코치는 23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삼성에 농락당했다”며 심한 배신감을 나타낸 반면 이 코치의 영입을 추진했던 삼성의 김재하 단장은 “돈 액수에 큰 차이가 나서 포기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코치의 전화인터뷰 내용과 삼성의 입장을 알아본다.
삼성의 영입 포기 의사를 확인한 이만수 코치는 평소의 침착한 목소리와는 달리 상당히 격앙된 상태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몹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답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진실 그대로를 담아달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코치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삼성에서 영입을 포기하기로 했다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
▲나도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을 하다 알게 됐다. 처음 삼성의 영입 의사를 확인한 것도 언론을 통해서였다. 영입과 관련된 보도가 난 후 삼성에서 (내) 에이전트한테 전화를 걸어 영입할 계획이라는 말만 건넸을 뿐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선 언급조차 안했다. 사실 6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긴 힘들었다. 그러나 친정팀 삼성의 ‘러브콜’이라면 무조건 백의종군하겠다는 마음으로 삼성 복귀를 결정하고 다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영입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솔직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국내 복귀를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가. 삼성의 영입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인가.
▲한국 프로야구는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특성이 있다. 삼성에 해태(현 기아) 출신의 지도자들이 영입되는 과정에서 삼성 팬들이 약간의 소외감을 맛본 것 같았다. 그런 팬들에게 좋은 야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날 잊지 않고 성원을 보내준 대구 팬들과 경북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삼성에서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기자가 삼성의 김재하 단장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이 코치의 영입 포기 이유가 ‘몸값’의 액수 차이가 커서라는데.
▲무슨 소린가. 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돈 문제는 언급한 적도 없었다. 30여 년간 한 길만 달려온 사람에게 돈 액수 차이 때문이라며 덤터기를 씌우는 건 삼성답지 않은 처사다. 특히 선동열 코치에 준하는 대우라든가, 최고 감독 대우를 요구했다는 대목에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쌓아온 내 명예를 한순간에 짓밟는 행동이다. 혹시나 싶어 에이전트인 CSMG의 앤디 김한테 돈 얘기를 꺼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진짜 연봉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했다고 하더라.
―들리는 말로는 이미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그동안 삼성과 나와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선입견을 이번 기회에 불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2군코치든, 1군코치든 보직에 상관없이 두 손 들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이쪽 생활을 거의 정리했다. 이미 화이트삭스 구단쪽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고 집도 내놓았으며 아이들 학교 문제도 마무리지었다. 보따리까지 다 싸둔 상태에서 귀국 날짜만을 헤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없던 일로 하겠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삼성 외에 다른 팀에선 ‘러브콜’이 없었나.
▲팀 이름은 밝히기 곤란하고 오라고 한 곳이 한 군데 있었다. 하지만 삼성행을 굳히고 나선 그쪽에다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항간에선 김응용 감독, 선동열 코치 체제에 이 코치가 포함되면 불협화음이 일어날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젊은 감독과 나이 든 코치와의 조화로움이었다. 팀을 위해서는 출신 성분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될 수 없다. 능력 있는 후배가 있다면 적극 도와주고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서 원활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슨 계획이 있을 수 있나. 삼성에서 영입 얘기만 안 꺼냈어도 난 다른 팀을 통해 다음 시즌에 컴백할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봉쇄됐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어이없다. 한 사람의 장래가 달린 일을 이렇듯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삼성 김재하 단장은 이만수 코치의 상반된 입장을 전해 듣고 “분명히 돈 문제 때문이었다. 이 코치가 요구한 수준과 우리가 제시한 액수가 맞지 않았다”면서 “물론 내가 직접 이 코치와 통화한 적은 없었지만 에이전트를 통해 우리 쪽 의사와 이 코치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코치의 주장을 반박했다.
선동열 코치의 영입으로 인한 삼성 팬들의 비난과 원성을 가라앉히기 위해 삼성측이 ‘이만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잠잠해지자 없던 일로 번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김 단장은 이에 대해서는 “이 코치 영입은 선 코치와 계약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에이전트가 이 코치의 의견이라며 요구 조건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 심사숙고 끝에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