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아, 2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네가 없는 동안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구나. 미국에서 오면 한번 만나겠지만 너에 관한 기사들을 관심있게 읽으며 미국에서 네가 겪었을 표현 못할 어려움과 혼란스러움이 느껴져 참으로 안타까웠다.
선배로서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어떤 형태로든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라는 거다. 넌 자꾸 다년 계약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1년이든, 2년이든 무슨 상관이 있니. 그 사람들이 한국 최고의 ‘국민타자’를 무시하고 평가절하한다면 1년 동안 죽기살기로 뛰어서 그들의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면 되잖아.
만약 네가 이번에 여기서 주저앉게 되면 더 이상 한국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9년 동안 부상 없이 ‘열라게’ 뛰어서 FA가 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또 그중에서 FA가 돼도 너처럼 미국 문을 노크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어찌보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데 계약 내용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실패해서 돌아온다고 해도 넌 얼마든지 다시 재기할 수 있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만약 내가 너라면 난 무조건 간다. 1백만불이면 어떻고 2백만불이면 어떠냐. 주전 보장이면 어떻고 1년간 마이너리그 수업이면 어떠냐. 넌 아직 젊고 그런 모든 난관들을 헤쳐나갈 만한 실력과 재질이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지 말고 네가 뜻한 대로 네 꿈을 펼쳐주길 바란다. 난 여전히 그런 ‘초이스’를 할 수 있는 네가 부럽고 또 부럽구나.
2003년 11월26일 너를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