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15일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이천수. | ||
이천수의 에이전트 문제는 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먼저 이천수가 고려대를 중퇴하고 울산 현대에 입단하면서 처음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곳은 이영중씨가 대표로 있는 이반스포츠. 그러나 본격적으로 외국 진출을 알아봤던 2002년 무렵 이천수는 이씨에게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했다. 그 사이 고려대 조민국 감독의 소개로 알게 된 미국의 에이전트 퀸타나와 새 계약을 맺게 된다. 그로 인해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진출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퀸타나와의 계약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뒤 퀸타나의 한국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조현준씨가 이천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2002년 6월25일 영국의 에이전트사인 KAM스포츠와 또다시 2년 계약을 체결한다. 결국 이천수는 퀸타나와 KAM스포츠, 두 곳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이중계약문제에 휘말리게 됐지만 아무런 실적과 활동이 없었던 두 에이전트는 이천수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4월18일 해외 이적의 걸림돌이었던 퀸타나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에이전트 문제가 해소되는 듯 했으나 갑자기 스페인 진출이 성사되면서 에이전트는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월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의 아시아 담당자인 마리아노 토레스(유퍼스트 스포츠 단장)가 울산 구단측에 직접 이천수의 이적 문제를 타진해 왔고 울산측에서는 다른 에이전트 없이 직접 마리아노씨와 입단 협상을 벌이다가 FIFA 공인 에이전트 홍이삭씨의 도움으로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당시 홍씨의 신분은 공식 에이전트이긴 했지만 이천수가 KAM스포츠와 이미 에이전트 계약이 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천수와 홍씨를 연결해준 울산 현대의 오규상 부단장은 ‘스페인행 입단과 관련된 한시적인 에이전트 관계’임을 여러 차례 공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씨는 막상 이천수가 스페인 진출을 결정짓자 이천수측에 공식적인 ‘에이전트 피’(Agent Fee)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천수측 입장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며 울산구단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오규상 부단장은 “내가 그 사람(홍이삭)을 천수한테 소개해줄 때는 스페인 진출에 서류상 해결할 부분이 있어 그걸 좀 도와달라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천수 에이전트’라며 뭘 요구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천수와의 에이전트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연락도 안되고 나타나지도 않는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즉 오 부단장은 다른 사람도 아닌 FIFA 공인 에이전트가 이중계약임을 뻔히 알면서도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그 이후 선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FIFA의 에이전트 규약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천수가 홍씨와 맺은 계약서에는 2년 계약을 명시하는 계약 기간과 공식 에이전트를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홍씨가 문서상의 내용을 토대로 이천수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할 경우 이천수로선 꼼짝없이 이중계약 파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이천수와 계약상 에이전트 관계인 영국 KAM스포츠의 아시아 담당자인 마이클 다시는 지난 3일 이천수의 이중계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와의 질문에 “그 부분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분명한 것은 이천수가 KAM스포츠 선수라는 사실이다. 아쉬운 것은 이천수 선수의 스페인 진출이 너무 빨리 이뤄졌다”며 이천수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홍씨는 현재 해외 출장중이라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오 부단장은 이천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천수가 성급하게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바람에 여러 에이전트들한테 사인을 남발한 결과”라면서 “홍이삭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KAM스포츠에서 이천수를 제소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