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고향…여야 ‘양강구도’ 구축
새누리당 김해을 이만기 예비후보가 장유무계시장(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김해을 김경수 예비후보가 장유 율하 아파트 단지를 찾아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해시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이 맞붙는 여야 양강구도로 형성된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당은 친노의 적자임을 자랑하는 이들이 현재 당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남다른 것을 감안하면 그의 적통·적자에게 표가 몰린다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는 바로 인근 부산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인해 벌써부터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산에서 부는 안풍(安風)이 인근 경남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해가 이런 바람에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한 부산발(發) 안풍도 미풍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해시는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떠난 김맹곤 전 시장을 비롯해 민홍철(김해갑) 의원이 야당인 더민주당 소속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김해을) 의원만이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더민주당에겐 기회가 온 셈이다. 하지만 기존에 가졌던 자치단체장의 자리를 여당과 똑같은 입장에서 다시 노려야 한다는 점은 그들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김해시 지도 전체에 푸른색을 칠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이미 차지하고 있던 성마저 여당에게 빼앗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세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의 면면도 상당히 흥미롭다.
# 이만기 VS 김경수 그리고 이형우
김해을 선거구는 지금으로서는 누가 당선이 되든지 간에 초선이다. 현재 여야 각 진영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사들이 예비후보를 등록한 후 저마다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당에서는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이미 거머쥔 이만기 예비후보가, 야당에서는 김경수 예비후보가 벌써부터 표밭을 열심히 다지고 있다.
오는 3월 23일인 예비후보 등록마감일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 두 선수가 최종적으로 링에 오를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이들 외에는 이형우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가 단연 우세할 것이라고 예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지도가 높다고 곧 지지도가 높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김경수 후보는 더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근력을 키워왔다.
또한 이만기 후보의 경우 스포츠·방송 등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고는 하나 정치권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도지사까지 지낸 김태호 의원과는 중량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과거 마산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다는 점도 분명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현재 성에 깃발을 꽂고 있는 것은 여당이다. 비록 성주가 바뀐다고는 하나 공성보다는 수성이 조금이라도 용이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두 후보가 현재는 백중세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소한 변수가 당락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향후 여론의 추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지역구가 될 것이란 얘기도 된다.
# 민홍철 의원의 스파링 파트너는 누구?
김해갑 지역구는 현역인 민홍철 의원의 매칭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민 의원은 더민주당의 공천을 받을 게 확실하다.
새누리당에선 홍태용 김해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나선다. 무소속에선 최성근 씨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박영진 전 경남지방경찰청장, 조현 인제대 교수, 김문희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도 현재(14일 기준)까지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당으로서는 고민이다. 누가 나오든지 간에 현역인 민 의원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게 그 이유다. 여당 후보 적합도 면에선 홍태용 예비후보가 다른 경쟁자들을 앞서고는 있지만, 민 의원 앞에만서면 상대적으로 초라해진다. 이는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민 의원이 홍 예비후보를 꽤 많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여당 수뇌부를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곳을 야당의 영토로 인정하고 쉽게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지역이다. 자칫 김해갑이 인근 부산 등으로 이어지는 야당 바람의 진원지가 될 우려도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의 트라우마도 있다. 여당이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게 분명하다.
# 후보 난립하는 김해시장 재선거
총선과 함께 실시되는 김해시장 재선거는 벌써부터 분위기가 뜨겁다. 새누리당, 더민주당, 무소속 등을 합쳐 10여 명에 가까운 예비후보가 나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현재 김해시장 재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새누리당 5명, 더민주당 3명, 무소속 1명이다. 잠정 후보군까지 더하면 10명이 훌쩍 넘는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새누리당 후보는 김성우 전 경남도의원, 김정권 전 국회의원, 이태성 전 울산부시장, 정용상 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김천영 한국승강기대 총장 등이다. 더민주당 후보는 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이봉수 전 노무현대통령 농업특보, 이준규 부산대 교수 등이다.
무소속 후보로는 허점도 김해시민무료법률센터 소장이 나선다. 허성곤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청장은 14일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는 않았으나 무소속 출마를 공언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룰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총선 공천룰을 적용하거나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다른 후보들은 당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재보선일 경우 후보 선정을 중앙당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가 생기는 상황도 배제할 수가 없다.
더민주당의 경우 공윤권 전 도의원, 이봉수 전 특보, 이준규 교수가 3파전을 벌이게 됐지만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다.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허성곤 전 청장이 최근 더민주당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장 재선거는 여야 모두 복잡한 구도와 셈법으로 인해 아직 뚜렷한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 선거 역시 함께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결국 여야 양강 구도 속에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