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기자 미래칼럼 : 4·13총선(지역·쟁점·인물) ② 부산 사하을 조경태
르포 : 12월 31일 부산 사하을 “선배, 우리는 미쳤어”
1월 18일 만남. 조용필과 킬리만자로 표범의 데자뷰
역대 대통령 리더십요건 갖춘 자갈치시장 지게꾼아들
문재인, 막강한 대중적·잠재적 가치를 알고 내쳤는가?
안철수, 김한길, 목숨 걸고 찾아 붙들어 메야할 동지
사하을·부산 바닥 민심, ‘우리 경태’ 새하늘을 누볐으면
[일요신문]
1. 르포: 12월 31일 부산 사하을 “우리 경태를 왜 물어요”
하필이면 2015년 말 12월 31일이었다. 시간상 올해를 넘기면 안 된다. 새해를 하루 앞둔 채 부산 민심 르포를 결정했다. 동행하는 후배 송기평 기자는 ‘선배 우리는 미쳤어’라고 말했다. 조경태, 부산 야당 3선의 바닥민심을 포착해야만, 4·13총선과 2017 대선을 읽을 수 있다는 다급함 때문이었다.
먼 길이었다. 조경태의 지역구, 사하을은 부산에서도 서쪽 끝이었다. 자갈치 시장, 동아대학교, 부산대학교를 거쳐 을숙도를 지났다. 네비게이션이 김해 공항을 알리는 도료표지판이 나타나고서야 비로소 사하로 가는 좌회전 화살표가 나타났다.
사하을 지역에 접어들고 부터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벌판이 많고, 공장지대다. 서민아파트가 퍼져있고, 바닷가가 인접했다. 흡사 1980년대 제정구 의원의 경기도 시흥이 연상되었다. 잿빛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차분하게, 횟집, 부동산, 식당, 다방, 아파트 관리실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민심은 한결같았다. “기자양반이요. ‘우리 경태’는 문제없어요. 왜 물어요?”였다.
한결같이 ‘우리 경태’라고 말했다. 3선의 국회의원에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경태라니. 상상하기 어려웠다. 송기자와 나는 “민심과 일체감이 이 정도인가?”라고 서로 물었다. 믿기 어려웠다.
오후 10시경, 마지막으로 조경태 지구당 사무실에 들렸다.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성창용. 몸집이 크고 얼굴도 까무잡잡한 모습이 충직스런 장비를 연상케 한다. 속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내 의문은 풀렸다.
“사하을 지역은 조경태 의원을 ‘우리 경태’라고 부릅니더. 르포 하셨으면 모두 알았겠네예. 부산주재 기자님들이 직접 왕래하기는 하지만, 너무 멀어서 중앙에서 기자들이 직접 지역을 확인하러 취재 온 일은 기자님들이 처음 입니더.”
3선의 밑바탕에는 두 번 낙선하면서 10년간 바닥을 다진 신평동 출신 똑스런 청년의 역사. 그리고 자갈치 시장 지게꾼 아들이 지역민들과 사회적 핏줄이자, 운명공동체적인 끈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문재인과 세칭 친노와 생존전쟁의 기원과 과정도 이해 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의 수를 적용해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조경태는 당선권 위에서 날고 있음에 틀림없다.
직관력이 남다른 송 기자가 말했다.
“선배, 이만 올라갑시다. 더 이상 무엇을 확인할 게 있겠어? 조경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소속이든 사활을 넘어 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취재는 의미가 없습니다.”
필자의 생각 또한 일치했다.
“ 송 기자, 그러면 우리 이만 현장취재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가자. 정리해 볼까.
①부산 사하을은 조경태 운명 공화국 맞지?-예,
②조경태가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아 4선이 되면, 호남에서 조경태를 밀 가능성이 높고, 대선후보 반열에 오르는 것은 분명하지? -예
③ 어차피 문재인당과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니 탈당도 분명하지?-예,
④ 탈당 뒤 새누리당 행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예.
⑤ 만약 새누리당으로 이적한다고 해도, 여론조사가 받쳐준다면 대선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지?-예
⑥ 이번 성과를 정리하면, 조경태는 3선 의원 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최저가치로 평가절하 된 숨겨진 보석이 맞지?-예
⑦ 어찌됐든 조경태는 살아남고, 4·13 총선이후 부산이나 호남시민들이 선택하기에 따라 대선후보도 치솟을 수 있다는 말이지?-예”
두 사람은 1월 1일 신년 밤길 고속도로를 달려, 신년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조경태 의원
연말 성 보좌관과 약속을 지키려고, 최근에 출간된 책 ‘북한 핵무력의 세계정체성’을 전달키 위해 국회의원 회관을 방문했다. 때마침 조경태 의원이 있었다. 기자의 일정도 별도로 있는지라,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뒤에 알고 보니) 탈당 하루 전날이었다.
조경태의 첫 인상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눈빛은 평화로 왔고, 목소리는 나직하고, 몸짓은 가냘프고, 악수하는 손이 여성피부처럼 보드라 왔고, 따뜻했다. TV에서 보던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느냐”고 일갈하던, 칼을 빼어든 강성인사가 전혀 아니었다.
언젠가 잠깐 인사를 나눈 인연이 있는 가수 조용필 씨가 떠올랐다. ‘조용필 선배’라는 부름에 걸음을 문득 멈추고, 돌아보던 부드럽고 선한 눈매, 가냘픈 몸매에서 풍기는 겸손함, 악수할 때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함이 담겨있던 손 길.
그때 기자는 이 사람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가수가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 이후부터 조용필의 숨겨진 팬이 되고 말았다. 그 부드러움은 사람을 부지불식간에 빨아들이는 편안함 같은 그 무엇이었다. “이 느낌이 조경태란 말이지”
3. 조경태, 4·13 총선과정에서 대선후보로 치솟을 보석
비록 주관적이라고 할지라도 기자는 솔직하여야 한다. 조경태는 여야를 막론한 대통령 후보감이다. 그 소속이 여든, 야든, 무소속이든 4선 이후부터 그는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다. 그 동력의 근거는 무엇인가? 여론조사다. 조경태는 4·13 총선을 치르는 과정 속에서 지지도가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근거는 네 가지 정도이다. ①부산 자갈치 시장 지게꾼 아들이다. 신분 정체성이 바닥에서 출발한다. ②고향땅 부산 사하을에서 주민들과 10년 동안 공동운명체로서 일체화한 뒤 내리 3선, 역사성을 축적했다. ③김대중에게서 첫 출마 공천장을 받았고, 친노의 적대성 속에서 노무현과 정치적 동지이고, 예속화되지 않았고, 민주당을 끝까지 지켰다. ④3선하는 동안, 의정 성적 최상위권에 빛난다. 비리와 의혹, 권력과 갑질에 연루된 적도 없다.
4. 문재인 세력, 조경태에 대한 잠재가치 판단착오였나, 알고 내 쫒았는가
야권에서 조경태는 대표적으로 평가절하된 정치인이다. 문재인 등 세칭 친노는 공식적으로 적대시하고, 19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묶을 때도 조경태는 제외시켰다.
호남은 조경태를 DJ와 노무현 노선을 잇는 진보 야당으로 당연시 한다. 그러나 당내에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문재인과 친노에 막혀 있었다. 조경태는 있으면 좋은 존재였다. 그러나 야권 재편과정에서 그는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핵심 상수다. 안철수 등 국민의 당이 조경태를 놓친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타격을 입는다.
더불어 당과 친노는 조경태 탈당을 내심 환영할 일이지만, 국민의 당으로선 조경태를 놓친다면 야권전체의 일대 손실이다. 다시는 부산에서 진보진영을 표방한 현역의원이 탄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야권의 미래자산이었지만 세칭 친노에 의해 대표적으로 평가 절하된 대통령 후보감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김한길 등은 총력을 다해 조경태를 창업동지로서 발을 묶어야 한다.
특히 안철수는 모든 기득권과 선입견을 버리고, 사생결단으로 조경태를 잡아와 가두어 놓아야 한다. 2017년 안철수는 누구와 선의의 대선후보 경쟁을 할 것인가? 소는 잃고 해 넘어간 뒤 쟁기 챙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산 사하을 ‘우리 경태’
믿기 어렵지만, 19일부터 전 언론은 조경태의 새누리당 입당을 기정 사실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새누리당은 조경태의 잠재가치를 알고, 그를 영입하려 하는가? 그 속뜻을 헤아려 보면, 신한국당 손학규의 민주당 영입의 의미를 훨씬 뛰어 넘는다.
조경태 입당은 야권판도의 지각변동이고, 바닥민심에 따른 새누리당의 새로운 대선후보의 출현을 의미한다. 현대사에서 대통령직에 오른 모든 대통령들의 공통점은 목숨을 걸었다는 점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르기 까지 조경태는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몇 안되는 3선의원이다. 야권 판 안에서 그는 평가절하 되어 마치 초선의원급 처우를 받았을 뿐이다.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면, 여권은 거의 횡재의 수준을 넘어,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지평을 열게 된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조경태 만한 대중적 잠재력을 가진 정치인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경북 이명박, 대구 박근혜를 연거푸 배출한 새누리당은, 차기 대선후보는 TK출신 인사는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오죽하면 충청출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주목하고 있으나, 8년간 재임시절 동안 북한 방문 경험조차 없는 그, 정치권 경험이 없는 그, 국가와 시장경제의 경륜의 경험이 전무한 성공한 외무공무원을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는 것은, 구멍 없이 단추를 꿰는 격이다. 필자는 반기문 대권후보론을 ‘뿔달린 토끼’에 비유했다. 어불성설이다.
부산출신 김무성 대표는 대중적 지지도에 한계점이 있음을 여실히 노출했다. 4·13 총선 시간의 안팎에서 조경태의 대선지지도가 떠오른다면 그 파장은 호남에 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친박 비박할 것 없이 꿩 먹고, 알 먹고, 꿩 집까지 차지하는 일거다득을 누릴 수 있다.
꿩을 먹는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후계를 잇는다는 뜻이고, 알이란 친박과 비박의 분열과 분쟁 없이 통합적으로 대선에 임한다는 뜻이고, 꿩 집이란 계층간, 지역간, 감정이나 분열이 최소화된 국민통합적인 상태 속에서 대선에 임하여 승리할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조경태. 야권에서는 12년간 평가절하 된 부산출신 3선의 숨은 보석. 수제비국을 한번 배불리 먹어보고 싶었다는 어린시절, 자갈치 시장 지게꾼의 아들이 노점상 할머니가 단속반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를 결심했다는 부산대학교 공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첫 출마슬로건에 웃옷을 모두 벗고 앙상한 갈비뼈를 내세우며 도전했던 청춘. 조경태야 말로 정치 정체성은 ‘응답하라 1996’ 청춘의 대표명사이다.
조경태가 4선의 날개를 펼쳐 부산 사하을 앞바다의 수평선을 넘는 순간, 2017 대선판에는 초특급 쓰나미가 도래할 수 있다. 야권으로서는 더 이상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조경태가 새누리당 깃발을 매고 하늘을 나는 순간, 야권으로서는 정권 심판의 명분과 동력, 그리고 기회가 현저히 사라진다.
김대중을 계승한 야권은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은 조경태를 쫒아내고 걷어차 버렸으나, 안철수·김한길은 반드시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목숨을 걸고 물불을 가리지 말고 잡아 붙들어, 보쌈이라도 해 와야 한다. 부산 민심은 ‘우리경태’에 있을 뿐이다.
‘우리경태’가 새누리당으로 넘어가는 순간, 부산 경남에는 문재인당은 물론 안철수당도 없다.
설령, 안철수와 국민의 당이 조경태를 붙잡는 데 실패하고, 그가 떠나가는 최악의 순간을 맞는다고 한들, 곱고 아름답게 보내줘야 한다. 그 또한 우리 국민의 소중한 정치자산임에 틀림없다. 돌을 던져서도, 침을 뱉어서도, 저주해서도 안 된다. 이십대 청년이 50이 되도록, 22년 이상을 정통 민주야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쓴 소리를 내고, 올곧은 행동을 한 공로가 크다.
조경태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 될 일이다. 모두가 침묵할 때, 홀로 분연히 일어서서 “꼭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느냐”고 외치던 정치인. 깨어 있는 영혼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언어이다. 그 날들을 가진 양심인이 우리정치에 꼭 필요하다.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성경, 행 7:59)
박요한 선임기자 / 정치학박사 yohanlet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