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12월에서 1월 사이에 힘든 훈련을 하면 ‘뺑뺑이’ 돌린다고 투덜거렸을 선수들이 오히려 자비를 들여 훈련 캠프를 차리고 있다.
내가 잘 아는 대표적인 ‘놀 때는 놀자’인 선수들도 스스로 ‘뺑이’ 치고 있다.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요즘 왜 안 오냐고 뻑 하면 전화를 할 정도로 업소에도 발길을 끊었다. 웨이터들 생계를 프로야구 선수들이 책임질 이유는 없지만 갑자기 발길을 끊어 그들도 적잖이 타격을 받았나 보다. 그들은 생계에 ‘타격’을 받았지만 선수들은 타격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은 비활동 기간이라 합동훈련은 하지 않는다.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환상적인 휴가’로 언제든지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사실 그때는 비활동 기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고 지켜지지도 않았다. 선수들도 단체훈련을 당연시했다.
물론 불만도 있었다. 우리는 왜 메이저리그처럼 시즌 마치고 다음해 3월까지 휴가를 주지 않느냐며 짜증도 냈었다. 그랬던 선수들이 금년에는 휴가를 줬는데도 쉬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FA 대박이 가져온 자극이 그 배경일 수도 있다. 단체훈련에선 개인훈련 시간이 하루에 30∼40분 정도가 고작이다. 배팅 연습 시간과 펑고(수비연습) 시간을 합쳐봐야 그 정도가 전부라는 얘기다. 나머지는 다른 선수가 훈련할 때 도와주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다. 야구가 그렇다.
하지만 서너 명이 훈련하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원 없이 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개인운동을 하다보면 정신력도 강해진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할 수 있는 게 개인훈련이다.
몇몇 선수한테 듣기로는 겨울에 캠프를 차리기 위해 따로 통장을 만들어 1년 동안 돈을 모은다고 한다. 술값과 옷값을 아껴 오로지 운동을 하기 위해 저축하는 셈이다. 국내 선수 연봉 수준을 봤을 때 그 방법이 ‘딱이다’. 그러면서까지 휴가를 반납하고 운동을 하겠다니 진정한 프로 선수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시스템이 모든 선수한테 사스처럼 전염돼서 중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현역 시절 전지훈련 가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캠프를 차리고 운동하는 모습에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러면서 저들은 워낙 연봉이 많아서 여유 있는 모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최고급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훈련한다면 우리는 모텔에서 잠깐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야구를 잘해서 돈 많이 받아 메이저리그 선수 옆방에 방을 잡으면 된다. 요즘처럼 열심히 훈련한다면 그런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야구 해설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