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잠실야구장에서 LG전을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힘든 훈련을 마치고도 예의 씩씩하고 ‘오버’하는 몸짓으로 ‘생생 인터뷰’의 인터뷰어 이병훈 해설위원을 맞이했다.
홍성흔(홍): 어? 형이 웬일이에요? 해설만 하시는 줄 알았더니 이젠 인터뷰까지 하시네.
이병훈(이): 야, 그만 좀 해라. ‘이병훈의 생생 인터뷰’가 <일요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거 모르지? 아마도 ‘취중토크’보다 더 많이 읽힐 걸? 그건 그렇고, 요즘 네 락커룸에 깨소금이 가득 차 있다며?
홍: 누가 그런 ‘고급 정보’를 흘렸어요? 하하. 그렇죠. 엄마 같은 누나랑 알콩달콩 깨소금 볶으며 살고 있죠.
이: 와이프가 뭘 잘 해주냐?
홍: 다른 것도 다 잘하지만 음식을 특히 잘 만들어요. 보양식도 장어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구워주거든요.
이: (입맛을 다시며) 장어는 냄새 무지하게 나는데…. 야, 근데 와이프가 보양식 해주는 진짜 이유가 뭐야? 야구할 때 힘쓰라는 거냐? 아니면 집에서 힘쓰라는 의미야?
홍: 하하. 형한테서 왜 그런 ‘섹쉬한’ 이야기가 안 나오나 했네. 그거야 둘 다 잘하라는 소리지.
이: 히힝. 매일 ‘더블헤더’ 뛰어야겠다(순간 주변인들 폭소 터뜨리고). 그러면 2세도 금방 생기겠네.
홍: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아내 나이도 있으니까(홍성흔의 아내 김정임씨는 세 살 연상이다). 형, 근데 결혼하니까 와이프가 질투를 안하네. 연애할 때는 늦게 귀가하거나 선물 받아 오면 의심이 많았거든요. 결혼하고 나니까 ‘얘는 이제 내 남자다’ 싶은 건가?
이: 잡힌 건지, 잡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잡은 고기에 먹이 주는 거 봤냐? 이번엔 별명 얘기 좀 해보자. 내가 알기론 별명이 두 개던데.
홍: ‘날렵턱선’과 ‘오버맨’ 말하는 거죠? 전 개인적으로 ‘날렵턱선’이란 별명을 좋아해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절 많이 알아봐요. 왠 줄 아세요? 바로 이 길고 돌출된 턱선 때문이죠. 이 턱 아니었으면 저같이 평범한 얼굴이 어디 명함이라도 내밀겠어요?
▲ 아내의 내조 덕택일까. 새신랑 홍성흔의 타격성적이 ‘장난’이 아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홍: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LG전에선 유독 제스처도 커지고 목소리까지 우렁차요. 신기한 건 제 방망이가 불을 뿜으면 LG한테 점수를 안 내줘요. 반대로 LG의 이병규가 안타를 치기 시작하면 우리가 져요. 서로 견제 대상이죠.
이: 다른 팀으로 간 선수 중에 다시 뺏어오고 싶은 선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홍: 아, (정)수근이요. 수근이가 두산에 있을 때는 정말 몰랐어요. 그 친구가 그렇게 빠른지. 그런데 롯데로 간 이후 수근이가 1루에만 나가 있으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어요. 부담스럽다기보다 솔직히 귀찮아요. 신경을 더 써야 하니까.
이: 어느 스포츠신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니까 프로야구 선수 중 부킹 제일 잘할 것 같은 선수로 LG의 박용택과 네가 선정되었던데 실제로는 어떠니?
홍: 저 잘난 척 좀 해도 돼요? 솔직히 전 부킹을 원한 적이 없어요. (그런 데 가더라도) 오히려 웨이터한테 팁을 주며 제발 부킹을 해주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예요. (이 말을 들은 이병훈 위원과 기자가 동시에 자리를 뜨려고 하자 홍성흔이 진정시키면서) 어휴, 성격도 급하셔라. 전 그런 곳에 가면 룸 밖에다 하얀 수건을 걸어놔요. (이 위원이 자신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며 도대체 수건은 어디다 걸어놓는 거냐고 다시 묻자) 어디다 걸어놓긴요, ‘룸방’ 밖에다 대충 걸어놓으면 ‘꾼’들은 무슨 의미인 줄 다 알거든요. 제가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형은 모르실 거예요. 경험이 없어서. 하하(‘선수’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룸 밖에 하얀 수건을 걸어놓으면 ‘부킹 사절’이란 의미란다).
이: 포수 출신의 감독과 야구하는 맛이 어때?
홍: 김경문 감독님은 배터리 코치와포수 사이로 만났기 때문에 서로 너무 잘 알아요. 특히 사생활 면에서 물의를 일으키면 바로 ‘지적’이 들어오기 때문에 표 나지 않게 살려고 노력중이에요. 제 신체 사이클을 훤히 꿰고 계시니까 절 선발로 내보내지 않고 지명타자로 돌려도 전혀 서운하질 않아요. 감독과 선수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