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야구판에도 한방 먹이고 싶은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타격과 수비 양쪽 다 그렇다. K선수의 경우다. K는 수비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아니 메이저리그 수준이다. 하지만 타격은 실력 향상이 멈춰버린 지 몇 년째다. 못 쳐도 너무 못 친다. 1할대 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타순에 큰 구멍을 만들어 놨다.
주력이 상당히 좋은 또 다른 K는 외야수로서 발이 빠르고 수비 또한 A급 선수다. 그런데 타격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풀 스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타구 역시 조루성(?)이다. K가 정작 답답한 건 엄청 빠른 발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루 숫자가 너무 적다는 사실. 거기에다 루상에 나가서 견제사를 심심찮게 당하기까지 한다. 견제사로 객사하고 ‘도루사’도 많으니 K 역시 만만찮은 구멍인 셈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또 한 명의 K는 9년차 중고참 선수다. 대학 졸업 당시 최고의 내야수로 평가받던 그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방망이’이기 때문. 팀의 붙박이 내야수는 확실하고 지금까지 뚜렷한 경쟁 선수 없이 주전으로 뛰어왔기 때문에 제일 자신 있는 수비만 잘하면 시합 나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통산 타율이 2할5푼이니 그동안 코칭스태프 속깨나 썩였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수비 구멍은 신인한테 많은 편이다. 특히 아마추어 때 타격에만 집중했던 선수들이 더욱 그렇다. 프로팀들도 타격만 좋으면 수비는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수비는 코치나 선수가 엄청난 반복 훈련을 해야만 ‘쬐금’ 좋아진다. 비결은 선수가 수비를 재밌게 해야 된다는 것. 그래야 눈에 띄게 좋아진다. 지금까지 반쪽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는 찜찜한 야구를 했다면 앞으로는 신인 때부터 공수 밸런스를 맞춰서 지도를 해야 될 것이다. 그래야 팀내 경쟁력도 생긴다.
이병훈 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