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마친 신임 감독들은 하나같이 K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신임 감독 삼국지’라고 불릴 만큼 폭발적 관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들이지만 반환점을 돈 현재 기대 이하의 전반기 성적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것. 말 그대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후반기 대도약을 위해 와신상담중인 신임 감독들을 만나 보았다.
시즌 초반 팬들과 구단에서 이들에게 보내는 기대는 대단했다. 수원 삼성은 김대의(30) 고종수(26) 등의 가세로 최강 전력을 갖춘 데다 차범근 감독의 영입으로 단숨에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으며 전남 또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통영컵에서 우승하며 ‘역시 이장수’란 찬사 속에 우승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최악의 전력으로 꼴찌를 차지했던 부천도 국가대표 코치로 두둑한 경력을 쌓은 정해성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중위권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신임 감독들도 “빠른 공격축구로 팬들을 신바람 나게 하겠다(차범근)”,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겠다(이장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정해성)”라며 저마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정해성 감독이 이끄는 부천은 1승8무3패로 13개 팀 중 12위, 이장수 감독의 전남 드래곤즈는 3승6무3패로 6위, 차범근 감독의 수원 삼성은 5승3무4패로 4위. 성적이 보여주듯 신임 감독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고전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전술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력 부족을 신임 감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았다. 새로운 선수 기용과 전술에서 오는 분위기 쇄신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용병이나 주축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올 수 없었다는 것.
차범근 감독의 독일식 패턴 축구가 삼성의 주축 선수들에게는 낯선 것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적응력 부진이 우승후보 1순위로서의 위용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병들과 신임 감독들과의 불협화음도 부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용병들의 경우 전임 감독들이 뽑아놓았기 때문에 자신의 전술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장수 감독은 “이따마르의 경우 작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들었다. 하지만 팀워크를 강조하는 내 스타일과 맞지 않다 보니 지난 시즌과 같은 파괴력 있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전반기 동안 용병 선수들과 다소 손발이 맞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한국 프로축구에 대한 적응 부족도 신임 감독들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중국 축구보다 훨씬 거칠고 정교하다”,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는 이장수 감독과 정해성 감독의 말처럼 신임 감독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K리그의 수준이 훨씬 높았던 것.
신문선 해설위원은 “K리그의 경기수가 줄어들어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이장수 감독에게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고, 국가대표 코치 역할만 해왔던 정해성 감독도 전력이 약한 부천 감독으로 적응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며 한국 프로축구 감독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신임 감독들의 성적표가 빛을 잃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대 이하의 성적에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도 한데 신임 감독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전반기 실패를 자신감으로 승화시키려는 모습이다.
이장수 감독은 “겨우 한국 프로 축구 감독 생활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이제서야 한국의 프로축구에 대한 분석이 끝났으니 후반기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며 후기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다 무승부 기록을 세운 정해성 감독도 “최악의 전력이지만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앞으로는 승리하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반기를 내다봤다.
전반기를 혹독하게 마친 신임 감독들. 현재 후반기 대도약을 위한 구상에 여념이 없다. 전반기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가다듬기 위해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것.
이장수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선수들의 집중력 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부천의 정해성 감독도 대형스트라이커 부재를 팀 승리를 위한 최대 과제라 밝히며 “트레이드나 임대의 방법을 통해 주포를 영입해 후반기를 대비하겠다. 중상위권 도약이 우선적인 목표”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밝혔고, 차범근 감독도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반기의 실패가 신임 감독들에게 ‘독’이 될지 ‘보약’이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후기 K리그의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