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의혹의 용병수입’과 관련, 자신의 비리 혐의가 방송된 직후 P씨는 그날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일에 대해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벌을 받겠지만 22년 동안 축구단을 위해 일해 온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다 보면 원칙과 관행을 넘나드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관행적인 면에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P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FIFA 규정에 의하면 선수의 이적료나 임대료는 구단과 구단 간의 거래가 원칙이다. 구단으로 갈 돈을 본인이 직접 챙겨 에이전트나 선수 개인 매니저에게 송금한 이유가 무엇인가.
▲브라질의 경우엔 구단 소속의 선수보다는 에이전트 소속의 선수들이 많다. 에이전트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에이전트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지급했을 뿐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엔 세금이 워낙 세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직접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제3국으로 송금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현금 유용과 관련해서는 자체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 해당 에이전트들로부터 자료를 모두 받아 전남구단에 제공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19억여원의 탈세 혐의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그 정도의 거액을 챙겼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무사히 지낼 수 있었겠나. 자동차 개발과 관련해서 신기술 개발의 경우엔 세금이 감면된다. 그렇다면 용병 수입도 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한 신기술 도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차원에서 97년부터 세무서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절세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모기업에서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수많은 용병들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출국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해당 에이전트와의 검은돈 거래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
▲우리가 직접 가서 선수를 보고 골라오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영입하다보니 그런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국 선수가 뛰는 경기를 보려면 아무리 길게 잡아도 3~4게임밖에 안된다. 그 게임을 통해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기란 무리다. 결국 에이전트가 보내주는 비디오테이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에이전트로부터 좋은 선수를 소개받기 위해 구단 입장에선 간이라도 빼주는 실정이다. 동업자이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관계라 밀착 의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내밀한 부분을 이 자리에서 다 밝힐 수는 없다.
―지난 22일 전남구단이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통보를 받지 못해 잘 모르겠다. 프로축구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로 인해 호재가 아닌 악재가 발생한 것 같아 괴롭다. 난 인간적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같이 일했던 직원들까지 나서서 날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걸 느끼면서 심적인 괴로움이 크다. 검찰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난 축구단을 위해 일했고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그들(에이전트)의 편의를 봐줬을 뿐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