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용 과천시장(좌)과 이재명 성남시장(우)
이날 성남시청에서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에는 염태영 수원시장(회장), 조병돈 이천시장(부회장), 이재명 성남시장(개최자)을 비롯한 시장군수 25명이 참석해 ‘도-시군 토론의 장’ 정례화 등 협의회 안건 1건을 포함한 총 10건의 안건심의를 진행했다.
남양주, 평택, 광주, 안성, 구리, 가평 등은 불참했으며, 박권종 성남시의회 의장과 정용선 경기지방경찰청장, 서강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이 참석했다.
당초 채인석 화성시장이 건의한 ‘평화의 소녀상 해외 자매도시 설치 공동성명 발표 참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 해결’ 건의를 두고 정치적 이견과 소속정당의 입장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었다는 분석이다.
여야 정치권은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 위안부합의 논란의 연장선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보육대란과 정부의 공약 미준수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선출직 시장군수들 역시 여야 소속 정당이 나누어져 있어 갈등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참석한 시장군수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은 3명 뿐으로 그 외 대부분은 불참하거나 부시장 등 대리인을 참석시켰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환영사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형식화하려는 의도 때문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중앙정부는 과거 지방자치를 폐지했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이 인정하는 독립된 기관, 정부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정부의 산하기관이나 하급기관 또는 부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심발언에 이어 중앙정부의 부당함에 지방자치가 한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예상된 안건 심의가 시작되자 먼저 논쟁의 포문을 연 건 신계용 과천시장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 해결’이라는 안건 건의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편성해야 하는 중앙정부 사업이다. 이를 지방재정(경기도 또는 지자체 등)에 부담시키는 것은 지방자치와 분권을 훼손하는 일이므로 중앙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반복되는 예산중단 및 미편성 사태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에게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 정부는 본질적인 예산운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어쩌면 정부대신 경기도와 시군이 어물쩡 예산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안건을 전체 시군 공동으로 경기도와 중앙정부에 요청하자고 건의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이 이재명 시장을 동조하고 나서자 신계용 과천시장이 제동을 걸었다.
신계용 시장은 “(성남시와)생각을 달리한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다루는 안건자체가 부적합하다. 일부언론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편승되거나 같이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안건이 제외가 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협의회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 안건에 대해서는 협의회에서 일부 의의가 있으니, 도에서 기초단체에 부담시키지 말라는 입장은 개별적 동의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시장군수 전체 의견으로는 하지 않겠다. 전체 이름이 아닌 동의단체장의 개별 입장을 모아 정리하는 것으로 수정 결의 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다음 안건이었던 과천시의 ‘민간기업의 투자활성화 유도를 위한 도시개발법 개정’ 건의에 대해 신계용 시장이 설명하자, 이번에는 이재명 시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계용 시장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수반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투자의지를 저해하는 요인 및 규제 등을 완화시켜야 한다”며, 도시개발법 제22조 제1항 개정요청(그린벨트해제 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민간출자비율을 한시적으로 종전 50%미만에서 2/3 미만으로 할 수 있던 것을 1/3 로 변경) 건의를 상정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지금 그린벨트 개발 완화가 바람직한지 검토해야 한다. 공익적으로 본다면 잘된 정책 아닌가. 강제수용을 완화하자는 의견에는 반대의견이다. 도시개발법을 3분의 1까지 완화한다면, 부작용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신계용 과천시장
이에 신 시장은 “지침을 한시적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하다. 과천시와 성남시의 여건을 가지고 평가비교하지 말라. 과천시는 시의 재정규모상 시자체에서 도시개발을 할 여력이 없다. 민간 개발이 이루어지고 활성화되는 등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적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제 의왕시장이 도시개발법 상 민간출자비율과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과는 동일시되진 않을 것이라며, 신 시장의 개정 건의를 동의하고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률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린벨트의 목적성이나, 제 의견에 다른 시군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다만 저는 성남시를 대표하기 때문에 과연 성남시가 그동안 보존해왔던 그린벨트를 개발해서 시가지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반대를 거듭 주장했다.
이러자 몇몇 참석자들이 ‘누리과정 관련 안건’ 처럼 이 안건 역시 동의하는 기초단체장들의 개별 심의로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염태영 시장은 서둘러 “경기도내 도시개발협의회에서 집중해서 다뤄달라. 동의되는 자치단체가 개별 심의하는 등 수정 가결되었다”고 안건 심의를 마쳤다.
이재명 시장과 신계용 시장이 제동을 건 2건 안건과 소녀상 안건 등 3건이 수정 가결되었을 뿐 7건은 모두 원안 가결되었다. 이를 두고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시장군수간의 신경전이나 정치 대리전으로 불거져 정작 당초 취지인 지방자치 권한 강화를 위한 정책 공론의 장이 들러리로 전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편, 민선6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현재 28건의 건의 중 14건을 경기도가 수용하고, 장기검토 4건, 수용곤란 8건, 중앙건의 2건 등 정책건의 처리를 진행했다. 이번 정기회의에서는 건의안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 정례화 안건이 통과되어 수용이 곤란한 안건에 대한 합의점 도출과 장기검토 진행상황 공개, 중앙부처 안건 수용 가능성 등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