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스포츠계의 종목별 골프 에피소드를 풀어본다.
야구의 경우 예상외로 타자보다 투수 출신들의 기량이 더 뛰어나다는 점이 재미있다. 실제로 이상윤 코치 선동열 감독 등 투수 출신들이 야구계의 최고수다. 이상윤이 해태 수석코치였을 때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골프에서는 그립 등 손목의 활용이 중요한데 야구에서 타자보다 투수들이 손목을 더 잘 쓰기 때문”이라고 답변을 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그럴 듯하다.
농구나 배구의 경우 워낙 키가 큰 사람이 많아 유난히 장타자가 많다. 198cm의 전희철은 제대로 맞았다 하면 300야드를 훨씬 넘기는 괴력의 장타를 날린다. 초보자 시절 드라이버샷이 훅(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샷)이 심했는데 아예 오른쪽 다른 방향으로 오조준해 샷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게 휘어서 쳐도 비거리가 평균 270야드. ‘쫙 피면 300야드’라는 별명이 그래서 나왔다.
농구 선수들은 골프도 꼭 농구처럼 한다. 이상민 문경은 김병철 전희철 등은 자주 라운딩을 즐기는 편이다. 내기에서 주로 돈을 따는 이는 농구성적이 좋은 이상민.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답게 골프도 아주 영리하게 친다. 문경은은 람보슈터답게 버디 등 한방이 좋고, 김병철은 농구스타일처럼 골프도 좀 정신없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재미있다.
먼저 탁구의 유남규. 일단 멘트가 예술이다. “일단 공 생김새가 (탁구랑) 친근감이 있잖아.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쓰러지면서도 스핀까지 넣어서 받아치는데 가만히 새색시처럼 얌전히 있는 공을 구멍에다 넣는 게 뭐가 힘들어.”
정말이지 그랬다. 쇼트게임은 웬만한 프로보다 나았다. 수십야드가 되는 퍼팅이나 어프로치를 집어넣으려고 달려들었고, 한 5m짜리 퍼팅을 놓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을 토했다. 원래 왼손잡이인 유남규가 샷은 오른잡이로 하면서 어프로치와 퍼팅 등 쇼트게임은 왼손잡이 클럽을 사용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와도 몇 번의 라운딩을 즐긴 적 있다. 이봉주는 구력에 비해 아주 안정적이고, 놀라운 샷을 구사한다. 그는 누가 마라토너 아니랄까봐 18홀 내내 뛰어다닌다. 그 오르막을 카트보다 더 빨리 올라가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언젠가는 골프장에 너무 일찍 도착해 산책삼아 잠깐 코스를 돌아봤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하긴 골프장 한 바퀴쯤이야 그가 20분이면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골프는 코스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전 세계 어느 골프장을 가든 한 30분만 일찍 가서 미리 돌아보면 코스를 몰라서 실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