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영학)는 10대 여자친구를 강제 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기소된 40대 유명 학원강사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학원 강사 A 씨는 지난 2013년 4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서 자신의 수업을 듣던 B 씨와 연인으로 발전했다.
A 씨와 B 씨는 자주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가졌고, 제주도 등으로도 여행을 다녔다. A 씨는 거의 딸뻘인 B 씨와 가볍게 입을 맞추는 정도의 스킨십을 했지만, 강압적인 성적 접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차가 컸어도 보통 연인과 다를 것 없던 두 사람의 관계는 9개월만인 2014년 1월 금이 갔다. B 씨가 주식을 사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으나 A 씨가 거절한 것.
이 일이 있은 지 사흘 뒤 B 씨는 A 씨와 함께 있으며 보란 듯이 다른 남성과 영상통화를 했고, 결국 두 사람은 다퉜다.
이내 두 사람은 화해했지만, 관계는 이미 틀어져 버린 뒤였다. 며칠 후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B 씨는 다른 남성과 술을 마시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하고 말았다.
뒤늦게 술자리를 찾은 A 씨는 B 씨를 데리고 인근 모텔로 향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B 씨는 A 씨가 자신을 강제로 추행한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했다고 주장,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반면 A 씨는 대화를 나누다 모텔방에서 나온 게 전부라며 맞섰다.
결국 B 씨가 경찰에 신고해 A 씨는 수사를 받았고,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B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할 뿐 아니라, 이들이 연인으로 지낸 9개월간 A 씨가 B 씨에게 거액의 용돈과 선물을 한 것에 주목했다.
A 씨는 법정에서 현금 3000여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 정도를 B 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B 씨 역시 4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피해자가 (A 씨에게)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과정에 다소 석연치 않은 사정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B 씨가 사건 당시 모텔방에서 나오면서 A 씨가 전날 백화점에서 사준 시가 175만 원의 명품 루이뷔통 열쇠고리 3개를 챙겨 나온 것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을 당해 상처까지 입어 피해 의식과 공포감에 휩싸인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