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드리블할 여친 어디 없나여~
▲ 구리 FC서울 훈련장에서 만난 김승용(왼쪽)과 백지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이를 악물고 뛰던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해맑은 웃음이 기자를 사로잡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 세계청소년대회 후유증
김승용보다도 백지훈이 이번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후유증을 다소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었다. 나이지리아전의 결승골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싸이월드의 미니 홈페이지가 들끓는 방문객들로 인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만큼 초절정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고, 쏟아지는 매스컴의 취재 요청에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그러나 소속팀의 유니폼을 입고 김승용과 함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훈련을 준비하는 모습에선 인기 몸살을 앓고 있다는 백지훈은 없었다.
“사실 네덜란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다녀오니까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구요. 기분 좋죠. 국제대회에서 골 넣은 것도 기쁜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렇듯 백지훈의 최근 기상도가 맑고 쾌청한 나날이라면 김승용은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여전히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워낙 우리 조가 세계적인 강팀들이 많이 포함돼 있던 터라 자신감보다는 공포감이 더 컸어요. 첫 번째 스위스전에선 자신감이란 단어가 뭔지도 몰랐고, 두 번째 경기에선 조금 회복하는 듯하더니 결국 세 번째 브라질전에서 또다시 자신감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거든요.”
# 2군서 시작한 축구인생
백지훈은 2003년 전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동갑내기이자 죽마고우인 김진규와 같은 팀에 들어간 백지훈은 김진규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며 잠시 절망하게 된다.
▲ 백지훈(왼쪽), 김승용 | ||
옆에서 조용히 백지훈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승용도 머리를 끄덕거리며 동감을 표현한다.
“저도 프로 들어가면 바로 1군에서 생활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1군엔 제 자리가 없더라구요. 데뷔 첫 해부터 2군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래도 2군 코치님께서 질책도 많이 해주시고 운동을 제대로 가르쳐주신 덕분에 비교적 빨리 1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죠.”
김승용이 말을 마치자마자 백지훈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너, 학교다니면서 도망 안 쳐봤냐?”라고 묻는다. 김승용,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라고 받아치자, 백지훈 왈, “네 얼굴 자체가 반항과 방황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도?”라며 너스레를 떤다.
# 축구로 효도하고 싶다
김승용은 성공에 대한 욕심과 목표가 분명했다. 택시기사를 했던 아버지가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부분들이 축구를 통한 성공에 인생의 초점을 맞추게 했다.
백지훈의 집안 형편도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특히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서 어머니가 선수단 식사 뒷바라지를 하러 오시면 숙소 부근에서 하루를 묵고 가야 했던 일이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동안 별로 효도한 일이 없었는데 지난 나이지리아전서 터진 결승골은 백지훈의 축구인생 바탕을 이룬 어머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며 잠시 말을 잊는다.
# 누가 뭐라해도 신세대
백지훈은 개인 미니홈피에서 팬들로부터 ‘멋쟁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가 올린 사진들을 보면 다양한 모자와 옷차림으로 잔뜩 멋을 낸 또다른 백지훈의 갖가지 표정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전 운동하다가 외박이나 외출을 나가면 가급적 축구선수 티를 안 내려고 해요. 그래서 사복으로 좀 멋을 내는 편이죠.” 그래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했더니, “공차는 사람들을 무식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아예 운동선수라는 걸 숨긴다”라는 대답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김승용이 이런 멘트로 모든 사람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전 사복을 입고 다녀도 운동선수라는 걸 너무 잘 알던데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있었지만 현재 ‘스코어’ 애인이 없다는 두 청년은 마지막으로 소속팀 이장수 감독에게 이런 말로 하소연을 대신한다.
김승용: 감독님, 저 주전으로 뛰고 싶어요. 열심히 할 테니까 제발 좀 뽑아 주세요!
백지훈: 감독님, 제발 (박)주영이랑 승용이랑 있으면 절 그애들보다 동생 취급 좀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한 살 더 많거든요?(우리 나이론 22세) 절 너무 어리게 보시는 것 같아 서운해요.
이 얘기를 듣던 김승용이 또 안 빠진다. “감독님이 지훈이형을 제일 좋아하셔서 그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