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나라당을 ‘영남당’이라 했는가
이 후보의 당 장악력과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는 지난 16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당내 경쟁자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권력구조를 ‘이회창당’으로 확실히 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그는 압도적인 지지로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 위원장과 강 최고위원의 파워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을 받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들은 외부영입 인사이라는 이유로 지금껏 조용히 지내왔다. 당 분위기 파악을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튀는 행동도 자제했다.
하지만 입당 때부터 김 위원장의 입김은 상당했다. 입당 후 국가혁신위원장직을 수용하면서 그는 이 후보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지도부 구성으로 내홍을 앓고 있던 당이 집단지도체제를 전격 도입한 것도 사실 김 위원장의 뜻이 상당히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7일 발표된 국가혁신위 최종보고서에도 김 위원장의 견해가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삽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위 관계자는 “위원장 견해가 받아들여진 부분이 많다”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이 후보는 나이에서나 경륜에서 선배인 김 위원장을 깍듯이 모신다. 김 위원장도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한다. 이런 관계를 통해 당 서열 1·2위인 그들은 서로 신뢰와 지원을 더욱 굳히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영향력은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측근정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이유로 그는 서청원, 강창희 후보를 지원하고 나섰다. 당내에서도 민정계 출신이 최고위원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나돌고 있던 상황에서 민주계 출신의 서 대표와 충청 출신의 강 최고위원의 입지는 당연히 높아갔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상위권 진입을 희망했고 충청권은 물론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최고위원 경선에 영남 출신이 대거 출마하면서 표 분산효과도 이들이 1·2위를 차지하는데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 대표는 최고위원 경선 막바지에 자신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대충 짐작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YS를 찾아가 부산시장 지원을 요청하자 다음날 곧바로 상도동을 방문해 자신이 1위를 할 것이니 민주당쪽에 눈을 돌리지 말라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최고위원도 보다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 위원측은 “비교적 행동을 자제해왔다”면서 “이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강 위원측은 자민련 문제에 대해 “지금 얘기한다고 해서 도움될 것이 없다”면서 “다만 지방선거 후 자민련은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
어쨌든 영남권에 기초한 하부조직과 충청권이 강화된 당 상층부 사이에 한나라당이 적절한 합의점을 모색하며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백승구 기자 eagle@ilyo.co.kr